선수들 땀·열정에 마케팅 효과는 만점 소비자…‘무조건적 관심’ 출시상품 히트
태극마크를 달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스포츠 스타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광고 효과를 지닌다. 남녀노소, 전 세대에 걸쳐 선호도가 높고 성적과 승패에 상관 없이 선수의 노력 자체만으로도 성원과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권은 앞다퉈 스포츠 스타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를 9년째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금융회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구축하는 데 김연아 선수의 역할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 선수에게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열정과 노력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으면서 KB금융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그룹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뿐 아니라 매출 증대라는 측면에서도 김연아 선수를 필두로 한 스포츠 스타의 공은 크다. KB국민은행이 이달 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KB트리플 빙상여제 정기예금’은 출시 7일 만에 3000억원 규모의 한도가 전액 소진됐다. 이 상품은 KB금융이 후원하는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등 세 명의 스포츠 스타에 축하 메시지를 작성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지난 2006년 무명의 김연아 선수를 광고모델로 발탁, 수년간 후원과 광고계약을 이어오고 있는 KB금융은 올해 이상화·심석희 선수와 추가로 후원 계약을 성사, 빙상 여제 3인방을 통한 KB금융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제고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기종목 투자에 집착하는 후원 관행에서 탈피,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는 때를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가 되겠다는 KB금융의 ‘시우(時雨)’ 금융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KB금융의 스포츠 스타 후원 및 광고계약은 인기스타에 한정한 일시적 이벤트에 지나는 것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오랜 시간 꾸준하게 지원하는 사회공헌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를 새로운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100% 한국 자본으로 운용되고 있는 농협은행의 이미지와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으로 활약하는 류현진 선수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각해 농협은행의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대중에게 보다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만큼 향후 2년간 농협금융의 얼굴로 활동하는 류 선수를 통한 농협은행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류현진 선수를 내세운 예·적금 상품은 이미 판매가 완료됐다. 지난 1월 20일 출시된 ‘2014 NH 류현진 정기 예·적금’은 예·적금을 합쳐 2000억원 한도로 출시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기에 한도가 3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이 역시 3월 들어 한도가 소진됐다.
이 상품은 류 선수의 경기 성적에 따라 5~9승을 올리면 0.1%포인트, 10~12승은 0.2%포인트, 13~17승은 0.3%포인트, 18승 이상을 거두면 0.4%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더해주는 상품이다.
금융권이 스포츠 스타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비자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관심 때문이다. 평소 0.1%포인트의 금리 차이로 상품을 선택하지만 인기가 높은 스포츠 선수를 내세운 금융상품은 금리 수준이 높지 않아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상품에 가입한다.
또한 노력과 좌절, 도전과 기쁨 등 선수의 스토리를 기업에 투영시켜 금융그룹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스포츠 스타가 현재 금융권이 추구하는 소비자와의 소통 및 스토리 금융을 가능케 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는 단순히 인기 스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국위 선양의 두 가지 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스포츠 선수의 긍정적 이미지가 금융사에 배어 들게 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마음으로 금융사와 또 그 상품을 대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