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다. 1년에 하루뿐인 ‘세계 책의 날’이지만, 23일은 4월의 여느 하루처럼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본래는 ‘책의 날’ 기념행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정부ㆍ출판ㆍ도서관ㆍ독서단체가 연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장과 청계천로에서 ‘2014 세계 책의 날 기념, 책과 장미가 흐르는 청계천 & 책드림 콘서트’를 23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책 드림’ 행사를 대폭 축소하기로 지난 21일 결정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침울해진 국민 정서를 반영하고 출판계의 애도하는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가수공연과 작가와의 대화 등을 취소하고 서적 전시 위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애초 잡혀 있던 유진룡 문체부 장관도 행사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그렇게 축소된 세계 책의 날 ‘책 드림’ 행사는 결국 23일 취소됐다. 서적 전시도, 책 판매ㆍ도서교환 등의 책 장터도, 행사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423송이의 장미꽃도, 청계천에는 없었다.
2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계가 책을 사는데 지출한 비용은 월평균 1만8690원을 전년보다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으로 자신의 방을 꾸미지 않는다. 책에 대한 인심은 매년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책의 날’ 행사가 일부 축소도 아닌 전면 취소됐다는 사실은 새삼 아쉽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은 독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서 증진에 힘쓰고자 제정됐다. ‘책의 날’은 독서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 날 하루만이라도 독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독려하기 위함이다. 일 년에 단 하루뿐인 ‘책의 날’ 행사는 소규모라도 진행됐어야 했다.
26일 가수 김C는 SNS를 통해 “음악은 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중략)…즐거움뿐만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음악은”이라며 세월호 사건으로 연이어 취소되는 음악공연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책의 날’ 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을 의식한 무조건적인 행사 취소는 불합리하다. 고서적 전시 위주의 정적인 ‘책의 날’ 행사는 오히려 실의와 도탄에 빠진 국민의 정서를 어루만져줄 따뜻한 손길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면 어떠한 고통도 진정이 된다”고 몽테스키외는 말했다. 책은 치유의 기능이 있다.
비록 올해 ‘세계 책의 날’은 모르는 사람은 모른 채로 조용히 지나갔지만, 내년 4월 23일은 올해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시끌벅적하게 행사를 진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책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독서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독서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독서는 습관이다.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세계 최대의 부호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대학교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라는 습관이다”고 말했다. 난세를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 힘을 얻는 데에는 독서만큼 좋은 동력도 없다. 지금이 바로 책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