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 담화를 기점으로 뒤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세월호 후속 대책의 방점이 ‘진상조사’에서 ‘개혁’ 옮기는 양상에 따라 나타나고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 등 국회 차원의 후속 대책 마련을 강조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반면,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에 맞서 수습이 우선이라던 입장에서 해경 해체 등에 대한 후속 입법조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비롯한 민관유착 근절·공직사회 혁신 등 후속 대책의 입법적 뒷받침을 강조하며 분위기 전환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대통령 담화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이 문제를 뒷받침해 다루되 야당보다 우리가 더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면서 “국회는 이를 입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20일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여야가 함께 세월호 참사 특별법을 제정해 여·야·정, 전문가와 필요하다면 유가족까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일명 ‘유병언법’과 ‘김영란법’ 등을 통해 탐욕스런 기업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고, 대가성 없어도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했을 때 책임을 묻는 선까지도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속도를 내자 새정치연합은 구조를 재강조하며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상황에 휘말리지 않기위해 부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대변인 한정애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아직도 17분의 실종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가족들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내용 중 ‘실종자 구조 언급 누락’과 ‘해양경찰 해체’ 등으로 실종자 구조 공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 남겨져 있는 17분 실종자들의 구조가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해경을 비롯해 구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분들은 동요하지 말고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진상조사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하고있다. 같은 당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해경 해체라는 충격요법은 대안제시의 핵심이 아니다”며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일로, 공론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정조사 대상에 청와대 포함 여부를 두고 여당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박 대표는 “새누리당은 조사범위에 청와대를 빼자고 주장하며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보고체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짚어보는 게 진상조사의 핵심”이라고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어제 아침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현직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도대체 전직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현직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