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왜 엑소 탈퇴하려 할까? [배국남의 직격탄]
SM주가가 요동쳤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 등 한류팬들이 들썩인다. 국내 팬들은 서명운동을 펼친다. 인터넷에선 수천 개의 기사가 쏟아지고 중국 등 외국 연예 매체들도 시시각각 다양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 현상의 진원지는 최고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크리스(본명 우이판·24)다.
지난 15일 크리스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효력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내며 대중음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외에서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려온다.
SM소속의 아이돌그룹 멤버 탈퇴는 크리스가 처음이 아니다.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은 2009년 소송후 그룹에서 탈퇴했다. 국내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한국 연예기획사 이미지도 함께 추락했다. 2009년 동방신기 역시 소속사 SM과의 불공정계약 논란이 불거져 3명의 멤버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김준수, 박유천, 김재중은 2009년 7월 소송을 낸 뒤 JYJ를 결성해 활동하고 나머지 멤버 유노윤호, 최강창민은 동방신기로 나서고 있다. 동방신기의 일본, 중국팬은 분노했다. 격노한 팬들은 SM엔터테인먼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에서 한해 600억원 이라는 엄청난 수입을 창출한 카라는 어떤가. 2007년 데뷔한 이후 카라는 일본에서 걸그룹 선풍의 선두에서 K-POP 신한류를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011년 DSP미디어를 상대로 한승연 니콜 강지영이 탈퇴요구를 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니콜과 재계약포기, 강지영의 탈퇴로 카라는 존재감을 잃었다.
엑소부터 카라까지 수많은 스타와 그룹들이 연예기획사의 문제로 인해 팬과 연예산업, 한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중문화 시장의 성장과 한류로 인해 스타를 키우고 아이돌 그룹을 양성하는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경쟁력 있는 스타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연예기획사 시스템을 배우거나 협업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외국 연예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에 참가하는 외국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한류의 주역이 바로 한국 연예기획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한류의 본산이자 한국 대중문화 메카라는 화려한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불공정 노예계약과 주먹구구식 연예인 관리, 비전문적인 교육 시스템, 성폭행‧탈세 등 각종범죄 발생, 연예인 사생활과 인권침해, 위기관리 능력부재 등 어두운 그림자도 엄존한다.
이 때문에 한국 연예기획사는 무명과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진정한 스타 메이커’라는 찬사도 있지만 “스타나 연예인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라는 한 스타의 말처럼 ‘연예계의 암적 존재’라는 양극단의 시각도 있다. 하윤금 박사는 ‘방송과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을 통해 낙후한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을 방치해 두면 대중문화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스타를 통한 한류 열풍은 지속시킬 수 없고 외국 연예매니지먼트사에게 우리 대중문화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게 되는 최악의 결과도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세계 대중문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스타 시스템 주체인 유명 에이전시 WMA, CAA, UTA, ICM 등에 취업하려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그리고 MBA출신 등이 넘쳐난다. David Rensin은 ‘The Mailroom-Hollywood History From The Bottom Up’에서 하버드 로스쿨 경쟁률이 9대 1이고, 콜롬비아 저널리즘 스쿨 경쟁률 4대1,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입학경쟁률이 4대1인데 비해 유명 에이전시 입사 지원률이 30대 1에 이른다고 지적한 것은 미국의 에이전시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하나의 단초다. 이들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으로 전세계 대중문화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하루빨리 뛰어난 인재를 영입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예인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계약관행, 그리고 연예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장하는 매니지먼트, 수입과 수익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배분하는 체제구축, 위기관리 능력 보완 등 과제도 해결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크리스, 동방신기는 속출할 것이다. ‘연예계의 암적 존재’라는 오명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