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기업 출신이 상근감사 맡은 곳 롯데손보가 유일
보험권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무풍(無風)지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 중 정부부처 및 금융당국 출신 상근감사위원이 재직 중인 곳은 10곳에 달한다.
동양생명의 김상규 감사는 임기가 만료됐지만, 이사회 임원이 아닌 내부 감사 임원으로 재선임됐다. 공직자윤리법 강화 이후 금융감독원 등 관료 출신 감사 선임이 어려워지면서 아예 상근감사 체제를 감사위원회 체제로 변경, 운영하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 상장사 10곳 중 7곳의 상근감사위원은 ‘금피아’로 불리는 금감원 출신이다. 특히 금감원 재직 당시 보험사를 직접 검사하고 감독했던 보험검사국, 보험감독국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당 부서 출신은 조병진(보험검사1국장) 삼성화재 감사, 박병명(보험감독국장) LIG손보 감사, 노승방(보험검사국 검사기획팀장) 메리츠화재 상근감사위원, 김상규(보험검사2국 부국장) 동양생명 감사 등 4명이다.
조병진 삼성화재 감사는 금융감독원 생명보험서비스국장을 역임하며, 보험연수원장을 지냈다. 박병명 LIG손보 감사는 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 전북은행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노승방 메리츠화재 감사는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안형준 동부화재 상근감사위원은 금감원에 흡수된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상근감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나명현 현대해상 감사는 금융감독원 공보실 국장,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 런던사무소장을 거쳤고 이성조 한화손보 감사는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부 국장을 지냈다.
삼성생명 문태곤 상근감사위원은 감사원 비서실장,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장,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감사원 기획홍보관리실장, 감사원 제2사무차장 등 감사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흥국화재 김시곤 상근감사위원은 보건복지부 감사관실 감사관과 감사원 감사교육원 교육운영부장 출신이다. 한화생명 정택환 상근감사위원은 재정경제부 부이사관,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일반 기업 출신이 상근감사위원을 맡고 있는 곳은 중소형 손해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 한 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주주총회 후 임기가 만료된 감사 8명 중 재선임된 사람은 이성조 한화손보 감사, 정택환 한화생명 감사, 장명식 현대라이프생명 감사, 김영배 KB생명 감사 등 4명이다. 한국은행 출신으로 지난해 7월 KB생명 감사로 선임된 김영배 감사를 제외하곤 모두 최초 선임 시기가 2009~2011년으로 재직기간이 3년이 넘는다.
장 감사는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부국장을 역임한 인물로, 2006년 녹십자생명(현대라이프생명 전신) 시절부터 상임감사를 맡아 온 것까지 감안하면 8년 동안 감사로 재직했다. 재선임 임기 2년까지 채우면 10년 동안 현대라이프생명 감사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보증보험은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조동회 국민통합 총회장을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조 감사는 목포상고 출신으로 DJ정부 시절인 2000~2003년 건강보험관리공단 상임감사를 지냈다. 2004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곧이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는 등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험사들은 정부부처 및 금융당국 출신 상근감사위원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년에서 수십년간 검사 업무를 수행한 감사 베테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 관행이 감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시선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보험사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될 때, 검사 내용을 미리 알려주거나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보험사들이 정부부처·금융당국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