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96.9%ㆍ투표율은 47.4% 불과
이집트 군 실세이며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을 주도한 압델 파타 엘시시(60) 전 국방장관이 새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엘시시가 이번 대선에서 96.9%의 득표율로 승리했음을 공식 발표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그의 유일한 경쟁후보인 좌파 정치인 함딘 사바히 득표율은 3%에 그쳤다.
선관위는 전체 유권자 5400만명 가운데 엘시시가 2378만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47.4%로 과반에 못 미쳤다. 선관위는 저조한 투표율에 26~27일 이틀간 시행 예정이던 선거를 하루 더 연장했으나 국민의 호응은 미지근했다.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광장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이집트 국기를 흔들고 축포를 쏘면서 엘시시 당선을 축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이집트가 역사적인 날에 새로운 장을 맞이했다”며 “우방들은 이집트를 지원하기 위한 콘퍼런스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엘시시에게 폭력사태에 가담하지 않은 반대편 인사들과 대화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압둘라 국왕의 콘퍼런스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우디와 UAE 쿠웨이트 등은 엘시시가 무르시를 축출한 이후 이집트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다짐한 지원규모는 150억 달러(약 15조3600원)에 이른다.
이미 엘시시의 대통령 당선은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해 무르시를 축출하고 나서 인기가 높아졌으며 정치적인 경쟁자들도 거의 사라졌다. 최고권력기관인 군최고위원회는 지난 1월 그의 대선 출마를 승인했고 엘시시는 지난 3월 국방장관직을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과도정부 시절 무르시의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해 1500명 이상이 숨지기도 했다.
엘시시는 이날 첫 대국민 연설에서 “이제는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시간”이라며 “미래가 백지상태인 만큼 우리의 바람대로 우리 손으로 미래를 건설하자”고 밝혔다. 취임식은 오는 8일 카이로의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기는 오는 2018년까지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