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공공기관 혁신론은 이 두마디로 요약된다. 불필요한 회의, 장황한 보고문서, 결제대기시간을 없애고 업무효율, 임직원 사기, 부서장 책임의식 등은 높이는 개혁작업이다.
변화의 기점은 광주·전남혁신도시(나주)로 본사를 이전하는 오는 9월이 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나주 신청사에 전자업무공유, 클라우드시스템,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첨단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한다. 집중근무시간제, 유연근무, 시차출퇴근제 등을 활성화해 일하는 방식도 확 바꾼다.
박근혜정부 농업ㆍ농촌 분야 공약을 입안한 그는 농촌 살리기, 농가소득 지원 등에 무게를 두고 농정의 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공사의 새로운 비전도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혁신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농업개발에도 관심이다. 다만 국제기구와 협력해 개도국 농업 인프라 구축과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농업경영인의 해외진출을 돕는 방식으로 현실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지론이다.
△취임하신지 9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 공사 경영에 있어서 가장 크게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취임하면서 강조한 세가지가 공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농어촌 정책 주도하며 공기업 혁신의 선봉에 서는 것이었다. 우선과제는 ‘경영혁신’이다. 해외사업 확대 등을 통한 신 성장동력 창출, ‘행복한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사업 및 복지서비스 확충, 조직문화 개선과 스마트워크 정착 등 내부 기업환경 변화가 구체적인 실행전략이다.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생산기반 관리는 물론 지역개발, 생활여건 개선 등 농어촌 행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공기업으로 역할과 기능을 넓혀가려 한다.“
△농어촌의 행복에 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특히‘농산어촌 행복충전활동’을 추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행복한 농어촌’은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을 맡으며 만든 박근혜정부 농정공약의 키워드이다. 생활여건 개선과 복지서비스, 재해대책 개편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농어촌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에 지난 4월부터 소외계층의 집 고쳐주기, 공동주거시설 마련, 재해발생상황이나 안전취약지구를 문자로 알려주는 ‘안전지킴이’, 고령농가의 농기계 임대ㆍ수리 등을 지원하는 ‘영농도우미’ 서비스 지원 등 농어촌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16개 실행방안을 만들었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점차 관련기관이나 지자체와 협의해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는 해외사업이 총 예산의 5%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2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려 한다.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17개국에 23개의 기술용역을 추진 중에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조제사업, 태국 물관리사업, 라오스 사반나켓 농촌종합개발사업, 미얀마 농촌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협력기금(KOICA) 등 국제지원기구와 협업을 통해 해외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공사가 직접 재원을 투자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저개발 국가의 농업개발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농림업 분야 ODA사업 효과와 전문성을 높이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세계적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제 협력 및 해외농업개발 사업을 통한 농산물의 수급·유통개선도 장기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농업개발의 경우 식량자급률 높이기 위해 해외현지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처분권을 확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국제곡물시장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수급조절이 어려워 자칫 과도한 재정지출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국제곡물가격 올라가고 현지 생산국의 식량자급위험신호가 커지만 농산물 반출이 통제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처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곡물 반입을 위한 해외농장 개발이 아닌 우리나라 농업경영인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념을 바꿔 해외농업개발을 활성화하려 한다.”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도 역점 사업인데.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장(33.9km)의 새만금 방조제를 구축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제는 수익창출 효과가 높은 해외 대형 공사 프로젝트를 확보해 직접 시행에 나서야 할 때다. 우리의 방조제 기술이면 미얀마 하구나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방조제 건설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컨설팅(PMC) 방식으로 공사가 시행주체가 되면 우리나라 건설업체를 동반진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40년 넘게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개도국과의 신뢰관계와 네트워크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FAO 한국협회장과 필리핀 주재대표, 아ㆍ태 농정 포럼 의장, 중국 옌벤과학기술대학 동북아농업개발원장 등 다양한 국제사회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평화통일 구상에는 남북농업협력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이를 위한 공사의 역할은.
“남북협력의 최전선에 서야 하는 기관이 바로 농어촌공사라 자신한다. 진행된다면 시설하우스 등 농어업 인프라 구축, 농촌개발 등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 부분에 전문성을 지닌 공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직 구상단계이므로 협력사업 전개에 앞서 이를 위한 전략 수립과 북한 농업의 현황과 환경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이 식량을 자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한은 논 1ha당 5톤 가량의 쌀이 생산되는데 북한은 1ha당 1.5톤 가량에 그칠 정도로 생산성이 매우 낮다. 재배법 교육과 수리시설 구축, 지력증진, 축산분료 공급 등을 통해 북한이 농사를 제대로 짓게 해 주면 식량자급률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공사가 추구하는 공기업 경영문화 혁신은.
“내실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스마트워크’의 기본을 만들고자 한다.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기에 사장인 내가 먼저 실천하고 있으며 다행히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만으로 혁신은 어렵다. 임직원 모두가 오너십을 가져야 자율적·장기적·지속적인 동력이 정착되어야 혁신이 실현된다고 본다. 임기 후에도 이같은 혁신이 이어지지 않도록 사내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려고 한다.”
△스마트워크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올해 9월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하는 본사 신 사옥에 정보자원, 사무환경, 조직구조 등이 자동화, 과학화된 IT 기반의 스마트 오피스(Smart Office)를 만들어 생산성과 전문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스마트워크는 그동안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초래했던 ‘레드테이프(Red tape)’와 같은 형식주의, 문서주의 등 불필요한 ‘요식’과 ‘규제’를 혁파하고 생산적·효율적인 경영혁신 도모하기 위한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전자경영보고, 회의문화 간소화 등을 통해 생산적 업무시스템을 만들고, 임원 및 부서장실 면적 50% 축소, 복지공간과 협업공간을 확보, 집중근무시간 제도, 유연근무제 적용, 육아휴직기간 개선 등이 실현될 것이다.”
△올해의 계획은.
“오는 9월 광주ㆍ전남 혁신도시로의 본사 이전을 통해 ‘지방화’를, 같은달 14일부터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공사 주관으로 농업기술과 수자원 관리를 다루는 국제기구인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광주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화를 동시에 실현하려 한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60여개국 1200여명의 물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와 농촌용수 확보’, ‘개발도상국에 대한 농업기술 지원’ 등의 주제를 다루게 되며, 공사는 총회가 우리 농업의 해외진출 활성화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 프로필>
◆학력 △1967 경북고 △1971 서울대 농학과 △1990 미국 미시간주립대 농업경제학 석·박사 ◆주요경력 △1971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농림수산부 농업구조정책국장ㆍ농어촌개발국장ㆍ기획관리실장 △세계식량농업기구(FAO) 필리핀 주재대표 △여의도연구소 고문 △2013.9~ 제7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