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공모, 정치인•교수 등 민간 출신 대거 지원
관료 출신이 휩쓸던 공공기관장 공모에 교수·정치인 등 민간 출신이 대거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풍선처럼 관(官)피아를 누르니 정(政)피아, 교(敎)피아 등 다른 파워그룹이 커지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2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강원랜드 컨벤션호텔 부사장 후보에 역대 최고 규모인 46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현재 12명으로 면접 대상자가 추려진 가운데 민·관 출신이 경쟁하고 있다. 그동안 강원랜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료들의 재취업처로 인식됐지만 ‘관(官)피아 척결’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원자를 불러 모았다는 분석이다.
관 출신 인사들로 대부분 채워졌던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에는 민간 출신이 대거 지원해 모두 39명이 응시했다. 작년 19명이 지원서를 냈던 것에 비하면 지원자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민간 출신 지원자 중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최홍열 인천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부사장)은 공항공사 출신의 민간 인사다. 감사실 말단에서 영업 및 경영본부장까지 거쳤다. 관 출신 지원자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영근 전 인천공항공사 부사장은 건설교통부와 기획예산처, 국토해양부 등을 두루 거치며 기술안전정책관까지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도 관 출신 후보군으로 묶인다.
최근 한국거래소 감사 공모에도 역대 최다인 17명이 응모했다. 거래소 측은 “경제관료나 감사원 출신이 차지해 온 자리인데 지원자 대부분이 교수여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마감한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공모에는 아예 관 출신 인사가 한 사람도 지원하지 않았다. 17명이 지원했는데 공단 전·현직 임원과 공공기관, 노동계 출신 인사들로 면면이 다양하지만 관 출신 인사는 없다.
산업공단 역시 그간 대부분 관 출신이 이사장을 역임해 왔다. 공단 관계자는 “과거 노조 출신 이사장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 출신 이사장들이 왔었다”고 말했다.
국회 피감기관으로 수신료를 받아 운영 중인 KBS 사장 공모에도 3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피아 배제 기류를 등에 업고 정치인이 공기업에 진입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난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로 선임한 사외이사 네 명 중 세 명이 정치권 인사다. 애초 이 자리에 지원했던 산자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관피아 논란을 의식해 중도 사퇴했다.
한편 각 부처 고위직들이 산하기관으로 내려가는 관피아 인사가 어려워지면서 그 여파로 국장급 인사까지 정체되는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합성어) 낙하산이 문제가 되고, 세월호 참사까지 벌어지면서 낙하산 인사가 전면 중단되자 정부 부처의 인사 적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