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이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파업을 만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대규모 리콜사태와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한 가운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게 되면 경영 환경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샤 사장은 8일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올해 임단협 기간에 파업으로 인해 생산손실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라며 “파업은 우리 모두의 고용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산물량의 추가적인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4월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이후 노조는 8∼9일 이틀간에 걸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벌이고 있다.
호샤 사장이 이메일로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이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판매에 생산물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내수시장에서만 총 7만1958대를 판매하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게 되면 한국지엠의 판매는 다시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7월 한 달간의 파업으로 2만3000여대 규모의 생산차질을 겪으면서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바 있다.
호샤 사장의 이메일에는 GM이 전세계 160여개 공장의 경쟁력과 생산 안정성을 평가해 생산물량을 배정하고 있는 만큼 그 일원인 한국지엠도 이런 물량배정 체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한국지엠의 철수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가 물량 감소마저 이어지면 GM 본사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해 호주처럼 한국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
더욱이 GM이 대규모 리콜사태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파업과 생산 차질은 한국지엠뿐만 아니라 GM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샤 사장은 “과거에도 잘못된 결정들이 결국 생산물량 축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며 “우리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한국지엠이 미래 생산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는 것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임단협을 아무런 갈등이나 손실없이 마무리하는 것은 한국지엠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