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까지 브릭스 주도 ‘신개발은행’ 출범…1000억 달러 규모 ‘미니 IMF’도 추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16년까지 브릭스 주도 개발은행을 설립하는 한편 이른바 ‘미니 국제통화기금(IMF)’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14~16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은행 설립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새 은행의 이름은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으로 정해졌으며 최대 자본금은 1000억 달러(약 10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신개발은행은 WB와 비슷하게 브릭스를 포함한 신흥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이다.
‘미니 IMF’는 중국이 410억 달러, 남아공이 50억 달러,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가 각각 180억 달러를 출연해 총 1000억 달러 규모로 브릭스나 다른 신흥국들의 자본유출이나 통화가치 하락 등을 막는 방화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개발은행’과 ‘미니 IMF’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 패권주의를 출범시킨 브레턴우즈 체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1944년 기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미국 달러를 무역결제 화폐로 인정하고 각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가 브레턴우즈 체제의 핵심이다. IMF와 WB의 전신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바로 브레턴우즈 체제의 산물이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를 명령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했지만 달러 기축통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는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온 신흥국은 서구 중심의 현 금융체제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무분별한 자본의 움직임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현 체제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는 구제금융을 무기로 무자비한 긴축을 강조했던 IMF가 상대적으로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 국가에는 비교적 돈을 후하게 푼 것도 반발을 키웠다.
브릭스 5개국은 지난 2011년 중국 하이난섬 싼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간 무역 결제시 달러 대신 자국 통화 사용을 장려하자는 내용의 싼야선언을 발표하면서 달러체제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릭스 주도 개발은행 구상은 2012년 처음으로 나왔으며 지난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계획이 승인됐다. 이후 출자범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진행이 지지부진했으나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유출 위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제재 등으로 필요성이 커지면서 다시 급물살을 탄 것이다.
전문가들은 브릭스 자체 개발은행이나 미니 IMF가 기존 금융체제를 전면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어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브릭스 5개국만 따져도 인구는 약 3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며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에 이른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해 통화별 결제금액 기준으로는 세계 8위, 무역금융 규모는 2위에 올라서는 등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