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학계가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핵심정책으로 부각된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사내유보금 과세, 쟁점과 평가’ 세미나에서는 사내유보금 과세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 당기순이익을 투자, 배당, 임금에 더 쓰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이 더 소비하라는 논리인데, 배당과 임금이 늘었다고 주주와 근로자가 더 소비한다는 보장이 어디있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업종별 적정 사내보유비율을 결정해 과세근거를 삼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고교 평준화가 떠올랐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승렬 상장사협의회 본부장과 최승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토론회 참석자들 역시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흘러가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업이 과세 부담을 피하고자 불필요한 투자를 만들고 결국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방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주주 비중이 외국인, 기관, 대주주 순으로 높아 배당으로 가계 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외국인(32.41%), 일반법인(24.48%), 정부 측(3.28%), 집합투자기구(5.43%), 은행·종금·저축은행(3.90%), 기금공제회(3.18%), 보험회사(2.65%), 증권회사(0.68%)를 제외하고 개인(23.99%)이 주식을 소유하나, 이 가운데에서 대주주 비율을 고려하면 실제 개인들의 비중은 더 축소된다는 설명이다.
과세산정 방식의 이론적 한계도 지적됐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이 이익을 투자, 배당, 임금 등으로 쓰지 않으면 남은 부문을 정부가 일정부분 과세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과세대상으로 삼는 유보금의 범위가 적정 수준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액의 적정 수준이 기업과 업계마다 다르며, 이에 대한 근거 마련도 없고 기업과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조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당기이익은 현금이 아닌 회계상의 현금성 자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전제품 설명서는 간단할수록 좋은데 이 정책은 적정 투자비율, 배당, 임금 등 변수가 복잡하다”며 “차라리 ‘법인세율을 올리자’라는 말이 더 정직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