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온 지 2주 만인 지난달 29일 시애틀로 다시 출국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8~13일(현지시간)까지 6일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올해 이 행사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존 말론 리버티미디어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회장, 로웰 맥 아담 버라이즌 CEO, 랜달 스티븐슨 AT&T CEO, 잭 마 알리바바 회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긴밀히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팀쿡 CEO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특허 소송으로 갈등을 빚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가 개선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애플의 화해 분위기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애플은 1심 배상(9억3000만 달러) 배상 판결에 더해 삼성전자 판매금지를 끌어내기 위해 제기한 항소를 포기했다. 양사는 수입금지 명령을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대한 항고도 나란히 취하한 바 있다.
업계는 양사의 이번 합의가 2주 만에 재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팀쿡 CEO와 다시 한 번 만나 특허 소송 등 현안에 대해 일정 부분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합의와) 이 부회장과의 연관성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계속 진행한다고 하지만 이번 합의로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지 않겠느냐”며 “두 회사가 벌여온 세기의 특허 소송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의 특허 소송은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9개국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