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금융권 한 임원은 당국의 보신주의 개선 요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창조경제와 실물경제 지원에 앞장서야 할 금융권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며 ‘금융 보신주의’가 연일 비난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5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보신주의를 타파하자고 주문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보신주의 운운하기 전에 금융당국이 먼저 솔선수범하라고 말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창업,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만 보더라도 만약 은행이 담보 없이 창업기업에 자금지원을 했다가 부실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되묻는다.
급할 땐 무조건 기업을 지원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책임 문제가 발생하면 개인에게 묻는 감독당국의 무책임한 대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금융권은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정권 실세와 막역한 낙하산 인사야말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보신주의라고 꼬집는다.
최근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경우만 보더라도 현재 공석인 계열사 IBK자산운용에 강력하게 추천되고 있는 외부 인사는 정권 실세와 같은 대구고등학교 동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최근 임기를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대우증권 김기범 사장 후임에도 정권 실세와 인연이 깊은 금융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은행의 보신주의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에 자금이 지원되지 않고, 이는 곧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진정한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금융권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