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큐레이터 사퇴
광주비엔날레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전시가 논란이 된 탓이다. 결국 그림은 박근혜 대통령에서 '닭'으로 교체됐다.
광주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지난 10일 오전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 파행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지난 8일 전시와 강연, 퍼포먼스로 구성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개막하면서 민중미술작가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광주비엔날레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의 전시를 유보하면서 결국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하는 등 파행을 맞게된 셈이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본행사 개막(9월 5일)에 앞서 준비한 특별프로젝트의 파행으로 ‘광주정신’을 내건 행사가 무색해졌다.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작품 ‘세월오월’은 1980년 5월 광주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취지에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올려 아이들이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그러나 작품 속에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 등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광주시에서 수정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이 문제에 대해 윤 교수를 비롯해 전시 큐레이터 4명과의 회의 끝에 결국 걸개그림 전시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나왔으며 ‘세월오월’ 전시 유보라는 결정은 책임 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과 광주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논란이 된 그림의 작가 홍성담 화백은 앞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4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광주정신전에 출품할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원본을 공개했다.
이날 홍 화백은 광주비엔날레 재단 등의 요구에 따라 허수아비로 묘사한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바꾼 뒤 그 의미를 설명했다. 홍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부분에 대해 수정 요구를 지시하고 작품 전시를 불허했던 광주시 행정부시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별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한 일부 작가들도 전시 참여를 취소하고 작품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씨는 “행정당국이 예술작품의 정치성을 문제 삼는 구태,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앞장서 보호해야 할 큐레이터들의 소명 의식 부족 등 우리 미술계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