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사이먼스,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서 강연
수학자, 펀드매니저 등을 거치며 13조원이 넘는 재산을 모아 올해 포브스 선정 세계 88위 부호에 이름을 올린 제임스 사이먼스(76·사진)가 말하는 수학의 경제적인 의미다.
사이먼스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하며 “수학이 금융은 물론 거의 모든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수학의 활용 분야는 의외로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다. 구글의 검색엔진 원리도 수학이며, 금융은 물론 의료ㆍ통신 등 현대산업을 비롯해 생물학ㆍ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도 수학이 녹아있다.
사이먼스에 따르면 수학을 잘하면 직업 선택에 대한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실제 사이먼스 역시 수학자 출신이 금융계에서 성공해 억만장자가 된 ‘전설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수학과를 졸업,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3세의 젊은 나이에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가 됐다. 1974년에는 중국 수학자 천성선 박사와 함께 ‘천ㆍ사이먼스 이론’을 발표하며 미국수학협회가 주는 ‘오즈월드베블런상’을 받는 등 전세계 수학계에서 촉망받는 학자였다.
하지만 그는 1976년 과감히 교수직을 포기하고 헤지펀드 운용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하며 월가로 진출했다. 이후 이 회사 대표 펀드인 메달리언펀드는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냈으며, 그 결과 사이먼스는 전 세계 펀드매니저 연봉 서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수학을 기초로 한 펀드 운용은 회사를 안정화시켰으며 심지어 주가가 폭락한 금융위기 때도 건실한 실적을 유지했다.
사이먼스는 “펀드를 운영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주식, 기업 실적 등 수많은 과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이라며 “분석을 통해 반복되는 공식을 찾고, 역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한 수학적 모델이 어떻게 작동할까를 가정하면서 펀드를 운용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2010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사이먼스는 그 이후 기초과학 분야에 거액을 지원하는 등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의학을 비롯해 수학·과학·물리·화학 등 다양하다.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응용과학보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그의 강한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강연장에는 각국의 수학자와 국내 학생들을 비롯해 증권ㆍ금융업계 직장인까지 약 3000명이 넘는 청중이 모여 사이먼스가 언급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