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은 도착 후 곧바로 한국과 우루과이 평가전을 관전했고 10일에는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K리그 클래식 경기 역시 현장에서 지켜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내에서도 그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명장들의 경기를 접했고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이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접촉하는 등 차기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팬들에게 슈틸리케라는 인물이 주는 외형적인 만족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명장들은 속속 차기 행선지를 결정했고 축구협회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졌다. 이름난 감독을 영입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지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대표팀에 열정과 헌신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지상과제였고 슈틸리케는 이렇게 선택한 인물이었다.
슈틸리케는 현역 시절 묀헨글라드바흐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는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감독과 독일 청소년 대표팀 레벨에서 감독을 맡은 바 있다. 몇몇 클럽팀에서도 감독직을 맡았다.
화려했던 현역 경력과 달리 지도자로서는 큰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하지만 독일 청소년 대표팀과 2006 독일월드컵을 대비한 ‘팀 2006’을 맡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그가 유망주 발굴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과 독일축구협회(DFB)와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맞춤형 감독인 셈이다. 선수 발굴과 육성은 물론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과 협회 차원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가교를 얻은 셈이다.
정황상 슈틸리케는 축구협회가 처음부터 원했던 최상의 옵션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임은 분명하다. 지도자로서의 한 단계 도약을 꿈꾸는 슈틸리케에게도 마지막 기회다. 서로에게 윈윈이다.
여기에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유망주들이 대거 출현했다. 손흥민, 기성용 등 젊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현재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챔피언십에서는 이승우,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의 선수들이 맹위를 떨치며 4강까지 진출해 2015년 칠레에서 열리는 17세 이하 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꿰면 보배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제대로 엮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바로 슈틸리케 감독이다.
물론 그에게도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익숙한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복귀한 거스 히딩크 감독조차 유로 2016 예선을 포함해 복귀 후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고전하고 있다. 슈틸리케가 낯선 한국에서 적응할 시간은 분명히 필요하다. 스스로 선택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응원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