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이 사측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다고 해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급여 등은 별도로 지급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일터에서 숨진 김모(여·사망 당시 32세)씨의 아버지 김씨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주지 않겠다는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의 딸이 근무하던 광고·마케팅 A업체는 현대카드사가 조성하는 '디자인 도서관'의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 건물에 들어서는 도서관이었다.
이를 위해 도서관 공사 현장을 찾은 그는 2층에서 추락해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이후 김씨는 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달라고 청했지만 지급이 거절됐다. 사고와 관련된 회사들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충분히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의 가족은 시공사와 A업체 등으로부터 총 4억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합의금은 산재보험에서 정한 급여와 별개로 취급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런 김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씨 가족에게 지급된 합의금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제외한 나머지 손해배상금을 의미한다"며 "합의금을 지급받았다고 해서 산재보험 급여 및 장의비 등에 대한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재판부는 "회사들과 김씨 가족과 함께 작성한 합의서에도 '산업재해보상법상의 보험급여와는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며 "이미 손해배상금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청구를 거부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