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채시험 SSAT 국내외 80여곳서 실시…10만명 응시
“요즘같은 취업난에 열심히 해보겠다고 시험보고 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마중 나왔습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시험장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수험생만큼이나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곳곳에서 수험생을 태우러 온 학부모와 가족, 친구들이 교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기도하거나 엿을 교문에 붙이는 등 수능시험만큼 애절한 모습이 연출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수험생 못지않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가 일제히 치러진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중학교. 오전 11시50분, 굳게 닫혀 있던 교문이 열리자 수백명의 수험생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수험생들은 전화통화를 하거나 스마트폰 메신저로 시험문제 난이도 등을 서로 묻고 이야기하는 데 여념 없었다.
SSAT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서 공통으로 보는 시험이다. 이날 삼성직무적성검사에는 서울ㆍ대전ㆍ대구ㆍ부산ㆍ광주 등 전국 5개 지역을 비롯해 해외 3개 지역 등 82곳에서 약 10만명에 이르는 응시한 가운데 치러졌다. 삼성은 올 하반기 4000∼4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수험생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이날 시험의 복병은 시각적사고영역이었다. 시각적사고영역은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으로 구성돼 공간지각능력을 테스트하는 영역이다.
SSAT에 두 번째 응시했다는 대학졸업예정자 김 모씨(25)는 “언어나 수리영역은 비교적 어렵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지만, 시각적사고는 시간도 부족해서 10문제밖에 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영업분야에 지원했다는 취업준비생 박 모씨(28) “LG 필기시험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시험을 치러보니 오히려 삼성 시험이 100배는 어려웠던 것 같다”며 “언어와 수리는 시간 때문에 LG가 어려웠지만, 삼성은 추리와 시각적 사고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비교했다.
이 밖에도 지원자들은 역사와 세계사 문제 등 당혹스러운 문제들이 많았고, 갤럭시 노트 4와 LTE 등 모바일 기술 관련 문제도 나와 전반적으로 시험이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SSAT에 응시했다는 최 모씨(30세)는 “이제는 기존에 나온 수험서나 학원, 과외 등의 도움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험생들은 삼성그룹의 서류전형 부활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을 털어놨다. 삼성은 현재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년간 삼성은 일정 수준을 갖춘 지원자가 시험을 볼 수 있는 ‘열린 채용’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공채 지원자가 20만명을 넘어서고, 사설 과외까지 등장하는 등 여러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발생하자 최근 채용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SDS에 지원했다는 한 수험생은 “서류전형이 시작되면 그냥 한 번 시험을 보려는 학생을 걸러내고, 사설 학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수험생은 “SSAT 시험을 없애면 대학생들 사이에 스펙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될 것”이라며 “SSAT의 열린채용이라는 긍정적인 취지는 살리되 불필요한 경쟁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지금의 형태를 보완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은 상반기부터 SSAT 문항 성격을 개편해 이번에도 바뀐 경향의 문제를 출제했다. 시험은 언어·수리·추리·상식 등 기존 영역과 새로 추가된 공간지각능력(시각적 사고)까지 5가지 평가영역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