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희비도 엇갈려
달러 강세 기조가 두드러지면서 펀드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원자재 펀드들은 수요 감소 여파라는 이중고까지 만나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선진국의 변동금리부 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들은 함박웃음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연초 원자재펀드의 평균 유형성과(-4.93% )는 동기간 해외주식형 유형평균(+1.50%)을 밑돌았다.
주요 원자재 펀드들로는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농산물-파생형] -17.63%, 삼성KODEX은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은-파생형] -14.35%, 삼성KODEX구리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구리-파생형 -9.89% 등 저조한 성과를 기록해 체면을 구겼다.
원자재는 거래 통화인 달러가 약세일 때는 오르고, 강세일 때는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원자재 값이 타격을 받자 펀드 손실도 불어난 것.
KDB대우증권이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던 지난 9월 한 달간 원자재 가격의 변동을 조사한 결과, 금(-5.97%), 은(-12.44%), 서부텍사스유(WTI)(-5.00%), 구리(-4.07%), 옥수수(-10.65%) 등이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농산물 등의 공급 과잉 등 수급 측면에서 오랫동안 고전한 원자재펀드가 달러 강세라는 복병까지 만나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원창 신영증권 원자재 담당 연구원은 “달러 강세는 원자재 전반에 약세를 끼치는 악재지만, 이 가운데서도 금, 은 등 귀금속은 직격탄이 가장 커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원자재 가운데서도 농산물 섹터는 달러 영향이 덜 미치는데다, 2년간 악재로 작용한 공급 과잉도 내년에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여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원자재펀드가 고전하는 동안 달러 강세 국면에 상승이 기대되는 뱅크론(시니어론) 펀드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뱅크론펀드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변동금리부 대출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운용 전략을 추구한다. 통상 3개월짜리 리보(국제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간 적용 금리)에다 가산금리를 더하는 구조다. 따라서 현지 시중금리가 인상할 경우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등급 미만에 속하는 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하는 대출 채권인 뱅크론은 주로 기업의 자산 담보로 대출이 이뤄져 다른 부채보다 우선적으로 상환이 돼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최근 시니어론 펀드에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수탁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지난 5월 선보인 미국 뱅크론펀드는 출시 4개월 만에 1097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프랭클린템플턴투신이 선보인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도 128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이스트스프링운용 관계자는 “뱅크론은 금리변동(상승 및 하락)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작아 타자산 대비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 추구가 가능한 투자처고,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플러스 수익을 냈다”며 “뱅크론은 선순위 담보부 채권이기 때문에 일반채권보다 지급순위가 높다. 즉 지급순위, 담보여부, 금리상승 리스크를 감안하면 하이일드 대비 뱅크론의 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