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 시너지 창출 계획 백지화…합병 재추진 가능성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그 여파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달 전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제시한 합병 이후의 중장기 비전이 ‘없던 일’이 된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19일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정된 한도를 넘어서면서 합병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 불발로 육상과 해상 플랜트를 아우르는 종합 플랜트 기업 탄생에 제동이 걸렸다. 두 회사가 합병을 전제로 세운 내년 경영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다.
앞서 박대영 사장은 9월 30일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합병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이날 합병을 통한 중장기 계획도 밝혔다. 그는 “두 회사는 서로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뚜렷해 서로 보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문이 많다”면서 “합병이후 빠른 시간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2020년에는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불어 박 사장은 △조선 6조원 △해양시추설비 4조원 △해양생산설비 8조원 △화공플랜트 11조원 △발전설비 4조원 △산업환경 2조5000억원 등 2020년 매출 40조원 달성을 위한 사업분야별 세부 목표와 전략도 소개했다.
합병을 통한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도 언급했다. 그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해양생산설비”라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 인력 가운데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Top-Side) 상세 설계가 가능한 인원이 약 1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합병을 통한 원가 절감도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박 사장은 “합병이후 즉시 통합 구매할 수 있는 품목만 해도 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원가절감이 가능한 항목을 검토해 본 결과, 통합 구매를 통해 연간 약 10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 온 사업구조 재편이기 때문에 향후 두 회사가 합병비율을 조정해 합병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측했다. 주식매수청구권 때문에 일단 합병을 철회했지만 기회를 보고 합병비율을 조정해 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합병 무산과 상관없이 예정된 판교 이사는 그대로 진행한다. 설계 등 연구인력들은 지난 14일부터 판교 신사옥에 입주해 근무를 시작했다. 지원부서 인력은 다음달 5일 짐을 꾸리고 8일부터 판교에서 근무한다.
판교 R&D센터는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이후 연구개발 전략기지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판교시대를 열어 삼성엔지니어링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판교 R&D센터는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설계·연구 인력간 유기적인 협업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