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높지만 거래량 부진에 발목, 대형주 중심으로 분할 가능성 내비쳐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롯데제과, 아모레퍼시픽 등 시총 상위그룹사들이 현재 5000원인 액면가를 낮추는 '액면분할'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거래소는 20일 서울 63빌딩에서 '코스피 저유동성 종목의 액면분할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의 경우 가격이 비싼 만큼 거래량 자체가 많지 않은 편. 거래 부진을 탈피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고가의 주식을 중심으로 액면분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 이명진 전무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입장에선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액면분할에 따른)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심리적인 효과가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선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고 "내부적으로 하자, 말자는 단계는 아니고 검토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액면분할이라는 단어가 액면주식을 보유한 회사에 적용되지만, 미국의 상장사는 대다수가 무액면 주식을 갖고 있다"며 "우리도 액면분할 대신 주식분할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아모레퍼시픽과 롯데그룹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뜻 나서기에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대장주는 주당 단가가 높을 뿐 실질적인 거래가 부진하다. 때문에 투자자가 주당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갖가지 '주가지수'와 '지표'에서 제외될 우려도 있는 상태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간담회를 통해 "1년 새 화장품 브랜드의 우수한 경영성과와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졌다"며 "기업의 성장을 통한 장기 발전과 거래 활성화 제도 변화를 고려해 액면분할에 대한 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롯데제과를 포함한 롯데그룹 측도 거래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액면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코스피에서 거래량 비중이 0.09%에 불과해 삼성에스디에스와 제일모직처럼 주주친화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며 "3∼5개 상장사가 액면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