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극대 현 경영진 판단 존중한 듯…향후 기업들 주주친화 정책 힘써야
삼성물산 합병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출신들이 국민연금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김선정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일각에서 제기한 합병비율 산정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향후 합병시 사업 시너지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물산 현 경영진의 뜻을 존중하고, 해외 투기 자본으로부터 국내 대표 기업을 지켜 국익을 보호하는 대승적 차원에서도 국민연금의 이번 찬성은 옳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008년 2010년까지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냈다.
국민연금 주식운용 실장을 역임한 장재하 스팍스자산운용 대표도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지지하는 뜻을 내비쳤다.
장 대표는 “앞서 주주이익의 대변자로 국내 기업들을 공격했던 소버린, 헤르메스, 아이칸 모두 결국 기업의 장기 가치 보다는 단기적 가치에 연연했었던 전력이 있다”며 “국익과 주주가치, 또한 향후 사업 시너지 측면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국내 대표 기업들의 주요 의사 결정이 단기적 가치를 쫒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01년부터 국민연금 주식운용, 리스크관리부서 등에서 실장을 역임하며 10여년간 현업에서 2003년 SK그룹-소버린, 2004년 삼성물산-헤르메스, 2006년 KT&G와 칼 아이칸 사태를 모두 경험한 산증인이다.
지난 2006년부터 2007년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과 공무원연금 CIO를 잇달아 역임한 유승록 블랙크레인투자자문 대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번 사안을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유 대표는 “삼성물산 사태 같이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 보다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결정”이라며 “결국 기금운용본부가 작은 이익에 연연치 않고 기업들의 중장기적 가치와 주주 이익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고민을 거친 결과”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반면 교사 삼아 국내 대기업들도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는 행동을 지양하고, 주주친화적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 대표는 “최근 엘리엇 사태나 과거 국내 기업을 공격한 외국계 펀드들에 국내 기업들이 노출된 이유는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려다 보니 이 같은 사태가 자꾸 벌어지는 것”이라며 “또한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평소 잘 닦아놔야 주주들에게도 이런 현안이 생길 때 자신 있게 도와 달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김선정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우리나라만큼 오너들의 경영권 방어가 잘 된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며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보다는 이번 사태를 반면 교사 삼아, 평소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기전 주주의 의견을 청취 하는 등 주주 이익 측면에서 경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