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삼고초려’ 위원장 영입… 총 10차례 혁신안 발표 비주류 반발로 계파주의 부각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당내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혁신위는 그동안 표류하는 새정치연합을 바로잡기 위해 개혁의 컨트롤타워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출범해 10차례에 걸쳐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잇따른 재보궐 선거 패배와 지도부 책임문제 등이 겹치면서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로 갈려 다툼을 벌였다. 특히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출범한 친노계 지도부는 재보선 패배 이후 각종 행보에서 비노계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며 표류해 왔다. 이런 가운에 문 대표는 지난 5월 ‘삼고초려’ 끝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모시는데 성공했다. 진보진영에서 혁신적인 교육행정을 이끌어 온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혁신위는 계파주의 척결을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책 발표 때마다 비주류의 반발을 사며 오히려 계파주의만 부각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이든 성배’ 혁신위원장직 수락… 갈등의 한가운데 서다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혁신위는 6월 23일 1차 혁신안을 시작으로 약 100일 가량의 기간 동안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간 발표된 혁신안을 살펴보면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원회 구성을 통해 현역 의원 평가하고 최고위와 사무총장제 폐지, 여성 공천 30% 의무화, 청년 공천 선거별로 10~30% 의무화 등이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혁신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내비쳤다. 특히 최고위 폐지와 관련해 “혁신위는 새정치연합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에 계파의 기득권과 이익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했다”며 “지도부는 당원의 뜻을 대의하고 국민의 열망을 수렴해 현실에 반영해야 하는데도 현재의 지도부는 계파 대리인의 권력 각축장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제 폐지안 등을 둘러싸고 비노계에서는 단편적인 해결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고위원을 없애면서 당 대표의 권한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혁신위는 지난 7월 27일 5차혁신안을 통해 ‘권역별비례대표제’와 함께 의원 정수 확대를 발표하면서 여당과도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완전국민경선제를 두고 “김 대표 자신이 기득권 유지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조경태 의원이 나서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면서 “결국 권역별로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김 위원장은 “새로운 선거제도는 민의를 근본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의원 수가 늘게되면 특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까지 나섰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4월 재보궐 선거를 거론,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했다. 혁신위를 통해 변화를 보여줬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 공감대는 거의 없다. 혁신은 실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4일 김 위원장은 9차 혁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도 당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혁신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기득권, 자신의 정치를 위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직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서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으리라 본다”며 안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 “성급하고 무례한 이야기”라며 격한 표현으로 반격했다.
◇시험대 오른 김상곤과 혁신안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내놓은 혁신안은 9일 당무위를 통과했으며, 오는 16일 중앙위 통과라는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문재인 대표 역시 혁신안에 사실상 재신임이 걸린 만큼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데다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조기선대위 요구 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안을 계기로 당내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자칫 신당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9일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혁신안이 제대로 개혁을 일구어낼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혁신안은 전반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서 “정당의 미래상을 보여야 하는데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당의 미래상을 고민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공천쇄신안 발표 직후 “모두에게 평등하고 균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공정투명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돌파하는 방식은 운동권 교수 출신으로서 그가 걸어온 여정과 맞닿아 있다. 김 위원장은 한신대 교수 시절인 1986년 ‘6월 항쟁 교수 선언’을 주도했다. 이듬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창립을 주도했고, 1989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때 교수위원회 결성을 이끌었다.
경기교육감을 맡고 있을 당시에는 무상급식 실시와 혁신학교 확대 등 파격적인 개혁 행보를 보이며 진보진영 교육계 내에서 ‘혁신의 대부’로 통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혁신안과 관련해서도 신념을 갖고 반대에 맞서왔다. 그는 “우리당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국민의 힘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공정, 엄정, 투명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계파주의 기득권, 밀실의 악습을 타파하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