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한 뒤 금감원의 검사 방식이 180도 변화됐습니다”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검사를 받은 카드사 관계자의 말이다. 금감원이 검사를 나오는 기간동안 금융사들은 ‘비상사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긴장하게 된다. 금감원이 검사를 나오면 문제점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제 9대 금감원장이었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 중심의 검사”을 부르짖었다. 소비자 민원을 감축하지 않는 곳은 검사를 통해 제재를 가하고 이른바 ‘빨간딱지’까지 붙이겠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민원과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에 관심에 몸살을 앓았다.
최수현 원장이 떠나고 지난해 11월 진웅섭 원장이 취임하면서 금감원은 금융사 검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천명했다. 진웅섭 원장은 취임 당시 “금융사의 자율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감독·검사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는 지적 위주의 검사 관행을 지양하고 위험·취약부문 위주의 검사를 통해 금융사들과 상생하겠다는 것이다.
진 원장이 취임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금감원의 검사 방식은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신한·삼성·롯데·BC카드 등 4개사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5일부터는 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를 받은 카드사들은 가장 큰 변화로 소통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단순히 검사 후 제재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초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의 경우 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검사해 제재를 가했다면 이제는 카드사들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미리 검사 항목을 정하고 시작한다”며 “검사 도중에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며 어떻게 개선을 해야할 지 해법을 찾는 컨설팅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에는 검사표본을 무작위로 설정됐지만 올해는 취약항목을 선정해 사전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한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에 대해서도 소비자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들의 애로사항도 청취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진웅섭 금감원장이 취임한 뒤에는 소비자 중심의 검사가 아닌 카드사의 입장도 확인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며 “실제로 블랙리스트 고객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보유한 녹취파일도 확인하는 등 확인작업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금감원의 자료요구와 보고방식도 개선되고 있다. 이번 카드사 검사에서 금감원은 고객정보보호, 부가상품 및 서비스, 대출금리, 회원모집, 채권추심 등의 과제를 미리 선정하고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검사의 효율성을 높였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금감원이 검사를 나올때 보유한 자료도 들고 나오지 않고 현장에서 카드사들에게 모든 자료를 요구했다”며 “이제는 카드사들이 수시로 보고하는 자료를 미리 검토해 현장에 나와 부족한 자료만 요청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감원은 검사 방식을 꾸준히 개선하기 위해 직원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월 중 직원들을 대상으로 3차례 교육을 실시해 전 직원들이 검사 개선방안을 이해하고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속적인 교육과 검사품질관리 점검 등을 통해 금융개혁방안이 일선 금융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