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미국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는 물론 가전, 가정용품 등 내구소비재를 대상으로 폭스바겐처럼 정부의 규제를 피해나가는 메이커나 제품이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피고 있다. 안전과 환경 그리고 에너지소비등급 등의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벼르는 분위기다.
미국 소비자단체와 환경보호단체는 정부당국이 나름 노력하고는 있지만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메이커의 속임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직접 자체 점검에 나서고 있다. 잘 나가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 우선 점검대상이다. 미국 가전시장에서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관련단체는 에너지소비량이 테스트 때와 실제 사용 때 차이가 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유럽시장에서 쟁점이 되었던 HD TV의 모션 라이팅(Motion Lighting) 기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면의 밝기가 환경에 따라 조정되는 모션 라이팅 기능은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라고 삼성이 즉각 밝히면서 유럽시장에서는 잠잠해졌으나 미국의 관련단체는 의혹을 완전히 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LG전자도 5년 전 냉장고의 일부 모델에서 실질전력 사용량이 테스트 때와 차이가 나는 문제점이 드러난 적이 있어 관련단체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당시 LG는 에너지효율인증표시(Energy Star Label)를 떼고 소비자들에게 전력사용차액을 보상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가전제품에서는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부를 비롯해 환경보호처, 연방무역위원회 등 미국의 관계 당국이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의무기준을 높이고 점검도 크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현장 모니터링도 하고 있고 경쟁업체간 감시도 심해 에너지소비량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맨해튼에 본부를 둔 환경보호단체인 미국천연자원보호협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가 미국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UHD TV중 한 모델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추가 검증절차가 남아있어 해당 메이커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에너지소비량이 테스트 때와 실제 사용 때 차이가 나는 문제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로 소비자의 촉각이 곤두선 상황에서 메이커가 거명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남진우 뉴욕 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