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집밥 백선생’ 보십니까. 집에서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팁(tip)을 알려주며 초보 주부와 싱글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번 주 주제는 칼국수였는데요. 담백하게 끓여낸 멸치 칼국수와 아삭아삭 겉절이가 참 맛있어 보였습니다. 오늘 집 앞 마트에 멸치와 배추가 동날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 ‘먹쿡방’이 참 많습니다. 월요일 ‘냉장고를 부탁해’, 화요일 ‘집밥 백선생’, 수요일 ‘수요미식회’, 목요일 ‘오늘 뭐 먹지’, 금요일 ‘삼시세끼’와 ‘맛있는 녀석들’, 토요일 ‘식신로드’.
일주일 내내 식욕을 자극합니다. 아무래도 다이어트는 내년 새해 계획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먹쿡방’이 불황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사실 아시나요?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죠. 우리나라도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N포세대’들이 생겨나면서 싱글족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먹방의 인기는 이 1인 가구 증가와 연관돼 있습니다. 자취하는 제 친구는 “혼자 사는데 뭘 해먹어. 사 먹는 게 훨씬 싸. 음식물 쓰레기도 돈이야” 란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면서 입맛은 상당히 고급입니다. 맛집만 골라 다니죠. 그래서 제 친구는 ‘식신로드’ 광팬입니다.
불행하게도 맛집 투어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든다는 거죠. ‘제자리’ 연봉에 월세, 공과금, 기름값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습니다. ‘1% 예금금리’에 적금 가입은 오래전 포기했고요. 빚 없이 사는 게 어디냐며 만날 스스로를 위안합니다.
제 친구 같은 분들 많을 겁니다. 그래서 ‘쿡방’이 등장합니다. 얇은 지갑에 좌절하지 않고 ‘고급진’ 한 끼를 직접 해먹을 수 있다는 게 쿡방의 인기 비결입니다. 냉장고가 비어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무, 콩나물, 배추는 몇 천원에 살 수 있으니까요.
경제학을 좀 공부하신 분이라면 슬슬 불안감이 드실 겁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의 문화 트렌드를 그대로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1983년 일본에선 만화 ‘맛의 달인’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풍요로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식도락 문화가 생겨났죠. 경기 상황이 악화되는 1990년대 접어들자 요리 프로그램들이 늘어납니다. 1993년 후지TV에서 방송된 ‘요리의 철인’이 대표적이죠.
2000년대 들어서자 식도락 열기는 ‘B급 구루메’(B級グルメ)로 이동합니다. ‘B급 구루메’란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총칭합니다. 매년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B-1그랑프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이 글을 읽은 투자 고수들이라면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야 합니다. 일본의 상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먹쿡방 열풍에 일본 식재료 관련주는 ‘나홀로 상승’을 이어 왔습니다.
일본의 경기 침체기였던 1990년부터 2003년까지 13년간 식재료 기업인 ‘하우스 푸드(HOUSE FOOD)는 40% 뛰었고요. 프랜차이즈 종목인 ‘오쇼’(OHSHO)는 70% 올랐습니다. 식재료 기업인 ‘카오’(KA-O)는 200%, 편의점 관련 기업인 ‘이온’(AEON)은 100%의 수익률을 거뒀죠.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집밥 백선생’이 끝나고 마트에 있는 설탕이 동이 나죠? ‘CJ제일제당’이 함박웃음을 짓겠지요. 만능간장 열풍에 ‘샘표’도 어깨 춤이 나겠네요. 대상, 풀무원, 동원(동원홈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기회는 위기 속에 있습니다. 이제 마트에서 ‘설탕’만 살 게 아닙니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설탕을 파는’ 기업들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배만 불릴 수 없죠. 얇아진 지갑에도 이제는 ‘충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