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직업병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다. 근로자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확대 및 새로운 산업보건 지원·보상시스템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25일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진행한 작업장 산업보건 실태를 토대로 검증위의 포괄적 지원보상 제안을 전격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지난 7월 23일 제시한 조정권고안의 보상 원칙과 기준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여 인과관계와 무관하게 실시키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보상금 지급 신청을 한 100여명 중 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사와 협력사 직원 48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31일까지 홈페이지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보상 신청을 접수하며, 보상신청자가 희망할 경우 실무위원이 직접 방문해 신청 절차를 지원한다.
가톨릭대학교 김형렬 직업환경의학교수는 “삼성전자도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직업병을 앓고 있는 분들은 신청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를 만들어 지난 1년간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산업보건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의 객관성을 위해 검증위에 소속된 외부인사 7명(산업보건전문가 5명, 시민단체 관계자 1명, 법률 전문가 1명)은 회사와 독립적으로 선정됐다.
검증위는 SK하이닉스가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분야 66개, 건강영향관리 분야가25개, 산업안전보건 및 복지제도 분야 36개 등 총 127개 과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희귀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건강에 문제가 있는 근로자들의 치료와 일상 유지에 필요한 기본 수준을 지원하는 '포괄적 지원 보상 체계'를 회사에 제안했다.
검증위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직업병 보상과 함께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위해 산업보건안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산업보건안전 관련 투자를 매년 10%씩 늘려 2017년까지 3년간 총 4070억원을 안전관리 및 시설강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40명 수준인 안전 관련 전공인력을 2016년까지 80명 수준으로 2배가량 늘려 상시 안전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장재연 검증위원장은“다양한 검증과정을 통했지만 직업성 암에 대한 판단을 과학적 인과관계 규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포괄적 보상지원을 제안하게 됐다”며 “지난 1년간 검증위가 어떤 내용을 논의하고 평가했는지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에 학술 논문 형태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백서를 통해 하고자 했던 방향을 상세히 공개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