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싸이가 돌아왔습니다. 타이틀곡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대디’와 복고풍의 펑키 트랙 ‘나팔바지’입니다.
뮤직비디오 보셨나요? 초심을 되찾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이번엔 제대로 감 잡은 듯합니다.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레트로한 퍼포먼스가 꽤나 중독성 있습니다. ‘싸이답다’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반응이요? 뜨겁습니다. 신곡 발표 이틀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재생 횟수는 1500만뷰를 넘어섰고요. 국내 8개 음원 차트 역시 모두 휩쓸었습니다. 중국의 최대 음원 사이트 ‘QQ’에서도 1위(MV부분)에 올랐다네요.
팬들만큼이나 싸이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린 곳이 있습니다.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2012년 ‘강남스타일’ 열풍 당시 뮤직비디오에 나온 맥주와 어묵까지 테마주로 엮었던 곳이죠.
우선 싸이 테마주들의 주가 흐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 입니다. 오늘(2일) 2%넘게 뛰었네요. 주가도 4만 7000원을 넘어섰습니다. 기관과 개인의 적극적인 ‘사자’가 주가를 끌어올렸네요.
하지만 기간을 좀 늘려보면 YG엔터의 주가 그래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싸이의 컴백 기대감이 절정에 달한 지난 9월, YG엔터는 5만 9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음원사재기 이슈가 터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죠.
노랑머리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콘(IKON) 데뷔로 신규 아티스트들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YG엔터는 지난달 중순 4만 500원까지 밀려났습니다. 지금까지도 5만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요. ‘강남스타일’ 열풍 당시 8만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좀 시큰둥하죠?
디아이는 어떨까요? 이 회사는 반도체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곳인데요. 싸이 아버지가 대주주로 있습니다. 디아이는 오늘 싸이 테마주 가운데 가장 ‘핫’했습니다. 26%나 뛰었거든요. ‘마의 벽’ 1만원도 넘어섰습니다. 3년 전 상한가 행진이 재현될 것이란 기대감에 개미들이 몰렸네요.
그런데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싸이 테마주가 디아이라는 사실 아십니까? ‘싸이 이슈’와 맞물리면 유난히 변동성이 커지거든요. 2012년 1월, 4000원대에서 거래되던 디아이는 석 달만에 1만 20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장중에는 1만 5000원까지 치솟았죠.
곧바로 ‘디아이, 싸이 인기에 신고가 경신’, ‘디아이, 또 상한가’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라고 했나요?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스타코도 살펴볼까요? 지난해 ‘행오버’ 발표 당시 반년 만에 200%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던 곳인데요. 오늘도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15%나 급등했네요.
하지만 이스타코는 ‘싸이 테마주’가 아닙니다. 이 회사는 자회사인 얼반웍스미디어가 지난해 빌보드 코리아와 공동 비즈니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싸이 테마주로 묶였죠. 그런데 현재 빌보드 코리아는 잠정 폐업 상태입니다. 회사 대표가 공금을 빼돌리다 경찰에 붙잡혔거든요.
개미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싸이의 인기와 기업들의 실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사실을요. 그런데도 싸이 테마주에 매달리는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아! 이게 아니구나’란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지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YG엔터는 울상을 짓고 있고, 싸이와 가족 외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디아이는 거품이 빠지고 있으니까요. 빌보드 코리아 후광이 사라진 이스타코는 대표마저 주식을 내다 팔고 있습니다.
피해는 모두 개미들의 몫입니다. 아직도 증권 게시판에 올라오는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홀딩”, “슬슬 매수 준비하세요”란 글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들에게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명언을 전해주고 싶네요.
“10년을 가지고 갈 기업이 아니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