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병원의 위탁을 받아 환자가 원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했을 뿐이다. 처방전 전송 업무를 위탁받은 SK텔레콤은 개인정보를 처리한 일이 없다.(SKT)"
"현행법상 진료 내역이 담긴 '민감정보'는 위탁이 불가능하다. SKT는 법적 근거 없이 7800만건이 넘는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검찰)"
'전자처방전'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개인정보 수천만 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기소된 SKT에 대한 첫 재판에서 처방전 내역이 정당하게 수집된 것인 지를 놓고 공방이 벌여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2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T법인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SKT가 미리 설치한 프로그램에 의해 병원으로부터 자동으로 처방전을 전송받은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처벌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법에 따르면 어느 환자가 어떤 내용으로, 누구에게 진료를 받았는 지는 이른 바 '민감 정보'로, 의사가 직접 다뤄야 하고 이 정보를 다루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위탁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현행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환자는 다시 약사에게 처방전을 전달하게 돼 있는데, SKT는 의사나 환자의 동의 없이 전자처방전을 병원에서 바로 약국으로 전송했다"며 "이 업무로 인해 의사가 아닌 약사와 SKT가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의사의 위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SKT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인은 전자처방전이 암호화 돼 있어 약국에서 열어보기 전까지는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SKT가 약국에 전송한 처방전은 환자가 제시한 것과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것을 '정보 누출'로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SKT 측 주장에 따르면 전자처방전은 환자가 약국을 직접 방문해 종이 처방전을 제시한 이후에 전송된다. 약사가 종이 처방전에 적힌 아홉자리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전자처방전이 발송되므로, SKT가 임의로 환자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SKT 측은 "2000년 7월 도입된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간 협조와 정보공유를 요구한다"며 "전자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일일이 받으라는 것은 전자처방전 제도 도입 취지를 몰각하는 해석"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4월 18일 오후 2시에 다음 기일을 열고 SKT 전자처방전 사업 관련자들의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SKT는 전자처방전 사업을 통해 2만3060개 병원에서 7802만건의 처방전 내역을 불법 수집해 가맹점 약국에 건당 50원에 판매해 36억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환자 성명과 생년월일, 병원명, 처방받는 약품명 등 주요 정보가 유출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SKT는 지난해 3월 전자처방전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