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알파고 vs. 이세돌의 대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입력 2016-03-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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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가 15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마지막 대국을 벌이고 있다. 서울/AP뉴시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와 한국의 전설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15일 마지막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알파고가 초반 3연전에서 이겨 승부는 끝났지만 이세돌 기사가 벼랑 끝에 선 4국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습니다.

이번 대전은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이세돌 9단은 당초 승부에 임하면서 5대0 낙승을 점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인 판후이를 이겼을 당시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아마추어 수준의 실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가 불과 수개월 만에 정상급 프로 기사와 같은 실력을 쌓은 것이지요. 전 세계가 인공지능(AI)의 가공할만한 학습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실 AI는 이미 체스와 장기 등에서 인간을 격파했지만 바둑은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습니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서 아직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본 건데 알파고가 이런 인식을 여지없이 깬 것입니다.

이세돌 기사가 패하고 나서 많은 사람이 영화 터미네이터를 떠올린 것도 AI의 엄청난 발전 속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AI는 아직 감정이 없는 기계이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AI를 작동시키는 것은 여전히 인류이기 때문에 터미네이터와 같은 일은 먼 미래의 얘기일 것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크게 들었습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그리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로봇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5년 안에 인간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경고가 와 닿지 않았는데 알파고의 무시무시한 발전 속도는 지금까지의 안이했던 생각을 날려 버리는 것입니다.

기자도 AI의 부상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꼽힙니다. 최근 전 세계 언론매체 사이에서는 알고리즘이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로봇저널리즘을 도입하는 논의가 한창입니다. 로봇저널리즘의 취지는 기자들이 더욱 현장에서 충실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분명 로봇이 감당하는 만큼 일자리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다른 많은 직업에서도 일어나겠지요.

그러나 이세돌 9단이 그렇게 많은 압박 속에서도 4국을 승리로 이끌었듯이 인류도 AI의 부상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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