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1일(현지시각) 공개한 ‘아이폰SE’입니다. 외관부터 살펴볼까요? 화면크기가 4인치로 줄었습니다. 3년 전 출시된 ‘아이폰5s’와 같은 사이즈네요. ‘아이폰은 한 손에 쏙 들어와야 제맛’이란 고객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성능은 덜어내지 않았습니다. 최신 프로세서인 A9 칩과 M9 모션 코프로세서가 탑재됐죠.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6s’와 똑같은 두뇌를 갖고 있단 얘기입니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를 자랑하고요. 근거리통신(NFC)을 이용한 애플 페이도 지원합니다. 고품질의 4K 비디오 캡처 기능도 있고, LTE 속도는 ‘아이폰5s’에 비해 50% 빠르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착한 가격’입니다.
16GB= 399달러(약 46만2000원)
64GB= 499달러(약 57만8000원)
지난해 9월에 출시된 ‘아이폰6s’, ‘아이폰6s 플러스’와 비교하면 각각 100달러(약 11만6000원), 200달러(약 23만2000원) 쌉니다. 재작년에 나온 ‘아이폰6’와 비교해도 50달러(약 5만8000원) 저렴하네요.
스마트 키보드를 22만9000원에 팔고, 애플 펜슬 값을 12만9000원 책정해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왜 애플은 고가정책을 버리고 중저가 폰을 내놓은 걸까요?
바로 이 녀석 때문입니다. ‘아이폰 아니야?’라고 생각하셨나요? 지난달 출시된 샤오미의 ‘Mi 5’입니다. △5.1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1600만 화소 카메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칩(‘갤럭시S7’과 동일) 등 선두 업체들의 플래그십 모델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저가 1999위안(약 35만 6000원)을 제시했죠. ‘대륙의 실수’ 답습니다.
애플 카피캣이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샤오미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넘볼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조배터리, 이어폰, 샤오미 밴드 등 주변기기까지 줄줄이 출시하며 충성고객을 늘리고 있죠.
세계 1위 시장 중국에선 이미 애플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요. 삼성이 독주하고 있는 인도도 넘보고 있습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올 초 “인도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투자를 늘리겠다”며 승부수를 띄운 곳이죠. 설립된 지 6년밖에 안 된 기업이라고는 믿기 힘든 선전입니다.
애플이 ‘아이폰SE’를 내놓으며 중저가 전략을 선택한 건 이 같은 좁쌀(小米ㆍ샤오미)의 공격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 증가율은 0.4%에 그쳤는데요.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사상 최저 판매 증가율입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죠.
지난 9일 이투데이 게재된 ‘콧대 높던 호텔ㆍ백화점 무릎 꿇게 한 가성비’와 일맥상통합니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
중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샤오미 레이쥔(雷軍) 회장의 말입니다. 대변혁의 타이밍을 찾아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죠. 샤오미는 애플이 보지 못한 가성비 트랜드를 정확히 읽어냈습니다. 1승을 거둔 셈이죠.
이제는 기술력 싸움입니다. 2승을 먼저 거머쥐는 쪽이 인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6살의 패기와 40살의 내공, 둘 다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기업에게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전 두 공룡 모두 응원합니다. 그래야 스마트폰 가격 거품이 꺼지고 가성비가 더 좋아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