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증후군’ 부르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조정 목소리 높아

입력 2016-04-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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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셀트리온 등 6곳 신규지정…8년째 ‘자산 5조’ 현실성 떨어져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4월 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면서 계열사가 있는 기업을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정책을 적용한다. 올해는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SH공사, 금호석유화학, 한국투자금융 등 6곳이 새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2008년 부터 8년째 똑같은 기준으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35개에 달하는 규제를 받게 돼 일부러 성장하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을 부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에 새로 기업집단에 지정된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달 3일 한 강연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58가지 지원이 중단되면서 동시에 16가지의 규제를 받고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35개 규제가 더해진다"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현실에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2008년부터 8년째 5조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1104조원에서 1531조원(전망치)으로 427조원(38.7%)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계열회사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공시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 기업집단 수는 현재의 65개에서 37개로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7년 62개였던 기업집단 수가 2008년 79개로 급증하자 2조원이던 지정 기준을 5조원으로 올린 바 있다.

기준을 아예 없애고 주요 기업집단만 감시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기업집단 1위인 삼성과 하위 집단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민간 재벌 기준으로 10개 정도만 규제해도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기준 상향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 추진 주무부처로 대기업 규제 완화에 나선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기업 봐주기’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자산 규모 기준 상향문제는 공정위 입장에서도 관리 범위가 많아지는 등 효율성 측면을 생각하면 상향할 필요가 있다" 면서도 "대기업집단 관련 법령이 80여개가 되는데, 기준 변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바꾸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야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큰 만큼 20대 총선 결과에 따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완화 여부는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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