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센서스-잠정실적 괴리 1조… 해마다 반복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 매출 4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은 당초 증권사들이 예상한 수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잠정실적을 공시하기 직전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6000억원으로, 무려 1조원의 격차를 냈다.
연초부터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을 비관적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앞다퉈 140만원대까지 낮춰 잡았다. 이 같은 증권사들은 움직임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7’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과 1개월 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예년보다 약하다” “(갤럭시S7을 공개한)MWC 현장의 분위기가 전작 대비 다소 침체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등 신작에 대한 실망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별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추정치 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낮게 잡은 증권사의 추정치(4조7000억원)와 실제 잠정 실적의 괴리는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가장 높게 잡은 증권사의 추정치도 6조1000억원에 머물러 5000억원의 차이를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헛다리’는 이번 어닝시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은 매출 51조원, 영업이익은 7조3000억원이었던 반면, 23개 증권사가 내놓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50조원, 6조5800억원으로 빗나갔다. 2014년 4분기, 2013년 2분기와 4분기에도 애널리스트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1분기 잠정실적과 컨센서스 괴리의 가장 큰 원인은 갤럭시S7의 흥행 규모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등 사업부문이 광범위해 부문별 실적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 “안팎의 눈이 숫자에만 쏠려있다 보니 짜임새 있는 분석은 묻히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실적 추정의 한계를 만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당 섹터의 ‘전문가’로 인식되는 애널리스트라면 삼성전자와 같은 대표기업의 실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헛다리를 짚을 때 외국계 증권사들은 비교적 정확한 추정치를 내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