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4년새 ‘7900억→8조’ 성장했지만…쿠팡·티몬·위메프 손실 1년새 5배 급증
◇ 덩치만 커진 소셜 3사, 최악의 성적표 =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를 54조원대로 키운 주역인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14일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당초 예상대로 덩치는 커졌으나, 체력은 더욱 약해졌다.
소셜커머스 거래액은 2011년 7900억원에서 지난해 8조원으로 늘었다.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거래액(14조원)의 60%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 셈이다. 국내 대표 유통업체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쿠팡처럼 적자를 보더라도 최저가 상품을 팔고, 쿠팡을 연구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이제 소셜커머스는 국내 전통 유통채널을 위협하는 한 축이 됐다.
그러나 국내 소셜 3사가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이후 “소셜커머스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란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공개된 국내 소셜 3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총 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새 5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업계 1위 쿠팡은 지난해 영업손실 547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손실액보다 약 4.4배 증가했다.
위메프와 티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위메프는 직전 연도 294억원보다 약 4.9배 늘어난 14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246억원이던 티몬의 영업손실액도 지난해 1419억원으로 약 5.7배 크게 증가했다.
특히 위메프와 티몬, 양사는 완전자본잠식상태다. 위메프의 자본총계는 2014년 -817억원에서 2015년 -1148억원으로 악화됐다. 티몬도 2014년 -872억원에서 2015년 -2241억원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확대됐다. 쿠팡은 지난 2014년 해외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났다.
이와 관련 티몬 측은 "감사보고서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22일자로 지주회사인 리빙소셜코리아(LSK)와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지난 14일 기준 자본잠식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 ‘위기 vs. 성장통’ … “계획된 적자,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 대규모 적자의 주범은 가격과 배송 등의 출혈경쟁과 무리한 투자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적자규모가 조 단위로 불어나 결국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론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사업 초기 선제적 투자 비용에 따른 예고된 적자라고 입을 모은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와 로켓 배송 관련한 대규모 투자로 5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는 계획된 적자”라며 “사업 확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 비용이 적자의 약 89%를 차지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티몬 또한 모바일 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마케팅 투자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생필품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슈퍼마트’를 도입한데다 항공·숙박·입장권을 원스톱으로 판매하는 ‘티몬투어’ 등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영업손실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위메프도 “직매입사업 확장으로 운반비가 늘었고,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 차원에서 적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창업 초기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유통의 지도(패러다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성장통은 최근 티몬이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000만 달러(약 474억원)를 깜짝 유치하면서 더욱 힘을 얻고있다. 소셜커머스 사업의 가능성(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적자 상황에서도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해까지 유치한 투자금액만 2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