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일본의 연비심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가, 업체 측이 신고한 연비 테스트 자료 결과를 근거로 검사를 하는 일본의 연비심사 방법을 악용해 연비를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업체 측이 신고한 자료를 다시 체크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원래 자료가 고의로 조작되면 부정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연비심사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자동차는 연비를 포함한 보안기준의 적합성 심사에 합격한 뒤 형식을 지정받아 출시된다. 자동차 카타로그에 소개되는 연비 성능도 이 심사에서 결정된다. 일본 연비 심사는 교육부 관할 독립행정법인 교통안전환경연구소에서 차체를 고정시킨 상태로 실시한다. 이때 타이어의 저항과 공기 저항의 수치는 장비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업체 측이 신고한 수치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번에 연비 조작이 발각된 미쓰비시의 경우는 이미 조작된 수치로 적혀 있었다. 국토교통성의 담당자는 “부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정하지 않는다”며 “수치를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경차 4개 차종의 연비를 실제보다 5~10% 정도 좋아보이게 조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작은 의도적이었다”고도 했다.
당시 자동차의 성능 테스트를 담당했던 부장은 “자신이 부하에게 지시했다”며 “구체적으로는 주행 저항이라는 수치를 정상 주행 시험 시 여러 차례의 시험에서 얻은 데이터의 중간값을 채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수치를 적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성은 조작을 시작한 경위, 다른 차종에 대해서도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처분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