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피팅 신뢰도 추락 “효과 못 봤다”…日, 피팅 클럽 붐 “노력한 만큼 효과”
“좀 더 멀리 정확하게 날리고 싶다.” 골퍼들의 한결같은 욕구다. 이 같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맞춤클럽 제작이다. 골퍼 개개인의 신체와 스윙 특성에 맞는 최적의 클럽 헤드와 샤프트를 조합하는 과정이다. 즉 골프클럽 피팅(fitting)이다.
골프클럽 피팅은 시중에 판매되는 기성 제품에서 찾을 수 없는 나만의 스펙을 장착할 수 있어 비거리는 물론 샷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기성 제품보다 비싸지만 기성 제품이 몸이나 스윙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겐 기대감이 크다.
이처럼 골프클럽 피팅은 헤드와 샤프트의 상성을 좋게 하고 기성 제품엔 없는 스펙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기성 제품에 맞춰 사용하려 할 뿐 피팅이라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려 하지 않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골프숍 박상석 프로는 “예전에 피팅을 받았던 고객 중 상당수는 기성 제품 구매를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가지고 피팅을 받았다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골프클럽 피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피팅을 의뢰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피팅 클럽의 특성상 피팅 완료 후 시타할 수 있다는 점도 피팅을 꺼리는 원인이다. 이에 대해 박 프로는 “기성 클럽은 매장에서 충분히 시타 후 구매할 수 있지만 피팅 클럽은 작업이 끝난 후에야 시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피팅 클럽이 귀하신 대접을 받는다. 골프클럽 구매 고객의 약 10%(그립·샤프트 단순 교체 작업 제외)는 피팅을 받을 만큼 골프클럽 피팅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일본의 피팅 전문가 무라타 다쓰야 씨는 “지금 일본에선 골프클럽 피팅이 붐이다”라며 “비용은 기성 제품보다 비싸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객이 많다”고 말했다.
무라타 씨는 또 “기성 제품을 있는 그대로 파는 일은 쉽고 간단하다. 반면 골프클럽 피팅은 아주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다.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쏟아내기 때문에 피팅을 받는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피팅 붐 속에서 고가의 피팅 전용 샤프트도 등장했다. 일본의 로봇 제조사 세븐드리머즈(seven dreamers)에서 개발한 이 샤프트는 하나에 150만엔(약 1500만원)이나 하지만 출시와 동시에 예약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비싼 샤프트는 무려 1200만엔(약 1억2000만원·이상 부가세별도)이다.
우주선 제조기술과 노하우를 접목시킨 이 제품은 경량화와 비거리를 추구했다. 약 1시간 30분의 스윙 테스트를 통해 각자에 꼭 맞는 샤프트를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고시마루 시게루 세븐드리머즈 카본사업부장은 “기존 사용 클럽과 구질, 스윙 스피드, 핸디, 골퍼의 의견 등을 수렴해 꼭 맞는 샤프트를 만들어낸다”며 “탁월한 비거리 증가 효과가 입증된 만큼 피팅클럽을 선호하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골프클럽 피팅이 한국과 일본 골프클럽시장에서 상반된 대접을 받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질 없는 업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골프클럽 피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피팅 전문가 이준석 씨는 “골프클럽 피터는 자격증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규모는 커졌지만 질적으론 성장하지 못했다”며 “피터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기술력보단 샤프트 장사에 혈안인 업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 씨는 이어 “요즘 소비자들의 피팅에 대한 지식과 정보력은 전문가 못지않다”며 “피팅의 중요성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실력 있고 양심적인 업자만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