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핫해치는?

입력 2016-05-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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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해치’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150마력 이상이면서 밸런스 좋은 해치백을 핫해치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또 ‘성능이 뛰어난 해치백 승용차’라고 정의하기에는 사람마다 성능의 뛰어남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설명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만의 핫해치 기준을 만들어보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정의다. 앞쪽에 고성능 디젤 해치백 이야기가 펼쳐졌다. 고성능이지만 디젤엔진은 핫해치와는 거리가 있다. 가솔린엔진을 써야하며, 200마력 이상의 최고출력을 내야 한다. 디젤엔진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솔린엔진의 응답성은 따라가지를 못한다. 반복되는 가감속에서 엔진 응답성은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두터운 토크가 가속력에 도움은 되지만 최대토크를 토해내는 구간을 벗어나면 힘이 많이 빠져버리기 때문에 운전재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rpm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또, 국내 소개되는 해치백 중 200마력이 넘는 디젤 해치백은 없다. 유럽시장에는 핫해치 종류가 많지만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날 수 있는 핫해치는 폭스바겐 골프 R과 미니 JCW, 메르세데스-AMG A 45 석 대 정도다. 물론 폭스바겐 골프 GTI, 미니 쿠퍼 S도 핫해치로 부를 수 있지만, 상위모델인 골프 R, JCW가 떡 버티고 있으니 이번 시간에는 당연히 빠져야겠지? 이들을 한 자리에 세우는 건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핫해치는 이들이 전부였기에 한 대만 빠져도 김이 샐 게 분명했다. 차를 받는 순간까지 조마조마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핫해치시장에 최강자는 누구일까? 가격도 다르고, 성능도 다르다. 그럼에도 추구하는 목표는 다름 아닌 화끈한 성능과 운전자의 감성을 채워 줄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람마다 추구하는 ‘운전의 재미’는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최고속을 즐길 것이고, 누군가는 핸들링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이다. 미니 JCW. 미니 쿠퍼는 해치백시장에서 언제나 주목 받는 스타. 앙증맞은 디자인과 고카트 기분을 느끼기에 최고의 자동차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한다. 디젤엔진, 가솔린엔진은 각각 기본모델과 고성능모델 ‘S’가 준비되며, 가장 상위버전으로 JCW가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JCW(John Cooper Works)는 본래 튜닝회사였다. 지금이야 JCW하면 당연히 미니를 떠올리지만, 미니보다 더 오래된 회사가 JCW다. 1947년 쿠퍼 카 컴퍼니(Cooper car Company)가 JCW의 시작점이다. 설립자는 찰스 쿠퍼와 그의 아들 존 쿠퍼로 레이싱 자동차 전문튜너였다. 미니의 설립이 1959년도니 12년 먼저 태어난 셈. 미니를 튜닝해 미니 쿠퍼라는 모델을 만들어냈다. 몬테카를로 3회 우승을 이루어내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2007년 BMW그룹은 JCW를 인수했고, 더 이상 튜닝회사 JCW를 거치지 않고 고성능모델을 양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가 AMG를 인수한 것과 같다. 3세대 미니 쿠퍼는 기본모델 범퍼가 가장 마음에 든다.

S와 JCW는 범퍼 아래쪽 덧니가 영 거슬린다. 시동버튼은 센터페시아 아래 귀여움으로 똘똘 뭉친 버튼들 중앙에 자리한다. 시트에 앉으면 그 버튼은 붉게 빛을 내며, 귀여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유혹한다. JCW에게 정숙성을 바라지는 말자. 흡읍재를 갖추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시끄럽다. 그렇다고 단점이 될 수는 없다. JCW는 원래 이렇게 타는 거니까. 또한, 실용성 등을 운운할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쳐다볼 필요가 없는 게 미니다.

차가 움직이고 핸들을 돌릴 때 비로소 JCW의 진가가 드러난다. 2단과 4단 사이에서 최대한 rpm을 높여가며 코너를 이리저리 휘젓고 다닐 때면,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흔히 말하는 칼치기를 유도하는 운동성능은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운전자를 흥분상태로 몰아간다. 까불면서 운전하는 모양새로 비춰질까 조심스럽다. 최대한 교통흐름이 좋은 곳을 찾고 싶었지만, 수도권 교통상황은 녹록치 않다. 수동모드에서, 드라이버가 인위적으로 변속을 하지 않는 이상 자기 스스로 단수를 높이지 않는다. 내가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감히? 자칫 레드존을 때리더라도 변속을 하지 않으니, 일행이 타고 있을 때 민망한 모습이 연출될 수 있으므로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의 반응, 변속기, 스티어링 휠, 어쿠스틱 사운드까지 한층 날카롭게 조율된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멀리서 들려오는 어쿠스틱 사운드. “퍼버벅” 소리를 내며 고성능 핫해치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아니다. 배기관에서 나오는 소리를 증폭시켜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기능이다. 그냥 흘려 보낼 수도 있지만 실내 스피커를 이용해 운전자를 조금이라도 더 흥분시키겠다는 JCW의 의도다.

2.0리터 트윈 파워터보 가솔린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32.7kg·m. 작은 차체에 비해 엄청난 성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꼭 잡아야 할 정도로 노면을 많이 탄다. 고속안정감 역시 좋은 건 아니다. 제원상 최고시속은 246km. 0→시속 100km 가속 6.1초. 하지만 시속 180km만 넘으면 속도를 더 이상 올리기가 불안하다. 이유 중 하나는 윈터타이어. BMW와 미니는 겨울철 윈터타이어를 신겨 놓는다. 꽤 좋은 제도지만, 오늘 같이 영상 10℃가 넘는 날씨에는 당연히 마이너스 요소.

윈터타이어는 노면소음과 고속주행에서 불리하다. 고속주행 영역에서 점수를 잃었다. JCW는 중고속 영역까지 쥐어짜는 느낌으로 운전할 때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미니를 타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 장거리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덕분에 골프 R과 A 45 승차감이 좋게 느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

미니 JCW에 300만 원만 더 보태면 골프 R이다.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의 최상위 모델. 4세대와 5세대는 골프 R32였다. 국내에 5세대 R32를 정식으로 32대 판매했고, 그 뒤 몇 대를 더 들여와 고객에게 인도했다. 2010년 폭스바겐은 ‘R Gmbh’를 설립해 본격적인 고성능모델을 연구한다.

6세대 골프 R은 3.2리터였던 배기량을 2.0리터로 줄이고 터보를 얹었다. 출력은 270마력. 7세대로 넘어오면서 292마력의 최고출력과 38.7kg·m의 토크가 됐다. 물론 네바퀴굴림 4모션이다. 고성능을 암시하는 테일파이프는 6세대의 경우 중앙 트윈파이프였고, 7세대에서 좌우 각각 두 개씩 네 개를 달아 더욱 과감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고성능모델의 공통적인 특징인 전면 에어인테이크의 확장과 네 개의 테일파이프 등을 제외하면 외관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어 많이 심심하다.

특히, 네 개의 파이프는 애프터마켓에서 쉽게 달 수 있는 디자인으로 쏘나타, K5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GTI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디자인이나 스포일러, 디퓨저 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실내도 심심하긴 마찬가지. 고성능을 암시하는 D컷 스티어링 휠, 블루 컬러가 적용된 계기판 정도 외에는 딱히 차별점이 없다. JCW보다는 당연히 정숙하다. 배기사운드가 들리지만, 자극하는 소리는 아니다. ‘고성능’이라는 느낌 정도만 살짝 전하는 정도. 레이스 모드로 바꾸면 엔진이 제법 날카로워진다.

3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은 0→시속 100km까지 5.1초가 걸릴 뿐이다. 하지만 밋밋한 배기사운드가 아쉽게 느껴진다. JCW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움은 딱 여기까지. 일반골프보다 20밀리미터, GTI보다는 5밀리미터 낮은 자세는 언제든 튀어나가기 위해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19인치 휠이 이를 받쳐주고 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출력에 걸맞은 엄청난 힘으로 차체를 밀어준다. 6단 DSG는 물이 오를 대로 올라 빠른 변속감과 체결감으로 드라이버를 만족시킨다. 기대 이상의 고속안정성이다.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오랜만에 끝까지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지만, 그 이상의 속도도 낼 수 있었다.

고속안정성으로 인해 JCW보다 골프 R이 편하게 느껴졌다. 고속코너를 만났을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아도 코너를 쉽게 돌아나간다. 4모션과 XDS시스템의 조합은 어떠한 코너도 쉽게 공략해 나갈 수 있는 막강한 무기로 태어났다. 고속안정성과 코너 공략이 훌륭하다 보니 더욱 과감하게 운전하게 된다. “골프가 이렇게 좋았나?” 골프 R은 이름에만 ‘골프’가 들어갈 뿐 일반 골프와는 다른 차로 보는 것이 맞다. “배기사운드는 튜닝하면 되지 뭐” 단점이 장점으로 상쇄되는 순간이다. 계속되는 굽이에서 수동모드를 사용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점을 발견했다. 변속시점을 놓쳐 레드존에 이르니 무례하게도 자동변속을 해버린다. JCW도 이런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어쨌든, ‘실용성도 좋고, 2열에 손님 태우기도 나쁘지 않고.’

계약하기 일보 직전 800만 원 더 비싼 AMG A 45에 올라탔다. 이제는 메르세데스-AMG A45로 불러야 한다. A 45 AMG가 아니다. 얼굴의 날카로운 디자인, 금방이라도 하늘로 훨훨 날게 만들 것 같은 거대한 스포일러, 환상적인 자태의 테일램프와 디퓨저. 적어도 고성능이라면 이 정도 차별점은 둬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특징이 지나치면 ‘양카’ 스러울 수 있지만, 이 차는 메르세데스-AMG다.

앞에 두 녀석은 스위치를 눌러 시동을 걸지만, A 45는 키를 꽂아 돌린다. 구식이라고?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나는 이게 훨씬 좋다. 요즘 너무나 전자화 된 것보다는 손으로 돌리는 맛이 왠지 차와 일체감이 든다고 할까? 사람들이 할 일도 남겨둬야 한다. 에어벤트 테두리와, 안전벨트는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시동을 걸면 걸걸한 배기음이 출발도 전에 운전자를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가 준비되며, 다이얼을 돌렸을 때 스포츠 모드에서의 아이들링은 분당 850,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분당 1천100 정도로 상승한다.

스포츠 플러스는 배기사운드까지 확대되어 기대감은 한층 커진다. 출발 순간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두 대를 먼저 보내고 뒤따라가기로 했다. 좋은 기회다. 스포츠 플러스로 돌리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무섭게 달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2단, 3단, 4단으로 바꿀 때마다 배기사운드가 “펑”하고 터지면서 귀를 자극한다. 기어가 바뀔 때마다 테일파이프에서 화려한 불꽃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A 45 역시 듀얼클러치를 갖추어 변속속도나 체결감이 엄청나다. JCW를 선두로 골프 R, 그리고 A 45가 나란히 움직였다. 통행하는 차가 없어지자 골프 R이 1차선으로 빠지더니 가속페달을 깊게 밟는다. JCW 역시 지는 게 싫었는지 머플러에서 연기가 나오는 게 보인다. 골프 R이 무섭게 치고 나간다. JCW도 못 달리는 차가 아닌데 급격하게 벌어진다. 5초 정도의 여유를 두고 A 45도 따라가본다.

고속에서 JCW를 쉽게 밀어냈다. 하지만 골프 R과의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시속 200km 부근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좁혀지는 게 느껴진다. 292마력과 381마력의 차이는 고속에서 드러났다. 골프 R 역시 제한속도를 훌쩍 넘겨 달리지만, 그 속도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문제. A 45는 2퍼센트 부족한 골프 R을 마침내 뛰어넘는다. 아니 그 이상이다. 고속안정성은 골프 R보다 한 수 위.

하늘로 이륙시킬 것으로 보였던 리어 스포일러와 디퓨저는 아스팔트를 바싹 움켜쥐게 만든다. 위에서 눌러주고, 아래서 잡아당기고, 절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A 45의 0→시속 100km 가속은 4.2초. 갑자기 소나기가 떨어진다. 윈터타이어를 끼운 JCW가 불안해서 안되겠다며 먼저 가라고 무전을 보내온다. 4매틱은 빗길에서 어떤 성능을 보여줄까?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굳이 빗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물이 아닌 시럽을 쏟아 부은 듯 끈쩍끈쩍한 느낌이 차지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골프 R도 마찬가지. 확실히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앞바퀴굴림이나 뒷바퀴굴림보다 안정적인 주행환경을 만들어준다. 대한민국에서 만날 수 있는 핫해치와의 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1박 2일 동안 원하는 대로 골라 타며 그때그때 장단점을 느낄 수 있었다. 출발 전 1위 A 45, 2위는 JCW였었다. 하지만, 골프 R이 대반전의 시나리오를 쓰며 마지막에 JCW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물론 사람마다 운전재미를 느끼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내 말이 맞아”라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그냥 우리 일행이 느낀 점을 이야기 했을 뿐이다.

글 최재형  사진 최대일, 김범석, 한만혁 

Mercedes-AMG A 45

Price 5,910만원

Engine 1991cc I4 가솔린 터보, 381마력@6000rpm, 48.4kg·m@2250~5000rpm

Transmission 7단 자동, 4WD

Performance 0→100 4.2초, 250km/h, 9.5km/ℓ, CO₂ 183g/km

Weight 1,600kg

Volkswagen Golf R

Price 5,190만원

Engine 1984cc I4 가솔린 터보, 292마력@5400~6200rpm, 38.7kg·m@1900~5300rpm

Transmission 6단 자동, 4WD

Performance 0→100 5.1초, 250km/h, 9.9km/ℓ, CO₂ 179g/km

Weight 1,540kg

MINI JCW

Price 4,810만원

Engine 1998cc I4 가솔린 터보, 231마력@5,200~6000rpm, 32.7kg·m@1250~4800rpm

Transmission 6단 자동, FWD

Performance 0→100 6.1초, 246km/h, 11.9km/ℓ, CO₂ 146g/km

Weight 1,29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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