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이경호 제약협회장 "바이오산업의 핵심 근간은 제약산업"
이경호 제약협회장(66)은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오히려 일부 제약사들의 성과가 부각되면서 국내 제약산업이 가진 경쟁력이 저평가받는 것 아닌지 우려했다.
◇"국내 제약사 20~30곳 글로벌 가능성 있어"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이나 고유기술을 통해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면서 "재정여력,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제약사가 20~30곳은 된다"고 강조했다.
작년 연이은 대형 기술이전 계약으로 주목받은 한미약품의 성과 역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90년대부터 시작한 R&D 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가 탄생한 이후 17년만에 27개의 국산 신약이 나왔다.
이 회장은 최근 제약산업의 R&D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상장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는 1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36개 혁신형 제약기업의 지난해 연구개발 규모는 매출액 대비 12.4%를 기록했다.
그는 "매출이 500억~600억 하는 기업들도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특히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위한 제약산업의 구조조정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5~6년이 지나면 할발하게 M&A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리딩컴퍼니들이 시너지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기술 M&A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제약산업"
바이오가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7대 바이오 강국 건설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바이오의 핵심은 제약이다. 바이오의 80%가 제약으로 귀결된다"면서 "정부가 제약산업의 잠재력을 인식하면서도 바이오에 치우쳐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따라서 바이오산업이 가장 중요한 추진동력인 제약산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신약뿐 아니라 케미컬 신약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이 회장은 "정부가 신약개발의 중심이 되는 전통적 제약산업을 신사업으로 지정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우리 전자산업이 대한민국의 중추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 이 회장은 제약산업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소요돼 국내 제약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면서 "상업성이 높은 과제에 대한 정부의 투자, 그리고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책 과제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비즈니스로는 기업 생존 어려워져"
최근 제약업계에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또 등장했다. 중견제약사인 유유제약과 유영제약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로 기지개를 켠 제약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리베이트로 제약산업의 분위기를 나쁘게 몰고 가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메인스트림은 리베이트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제약사들은 신약개발로 중견 중소제약사는 특화분야를 찾는 등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리베이트가 잠잠한 시기를 틈타 일부 제약사들이 다시 리베이트로 시장을 흐릴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리베이트의 생존력이 떨어져 가고 있어 거기에 의존해서는 비즈니스 유지하기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다만 "제약과 의료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제약산업은 의학 발전에 지원해야할 책무가 있다. 공정경쟁 규약 내용을 합리적인 선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