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열섬 효과 탓에 기온이 1도 오르면 사망률이 16%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박혜숙(이화여대의대 예방의학교실)·이원경(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팀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폭염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을 4개의 구간(1991~1995년, 1996~2000년, 2001~2005년, 2006~2012년)으로 나눠 서울과 부산 두 도시에서 폭염이 사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이 결과 서울에서는 폭염이 발생했던 해에 임계점(29.2도) 이상에서 기온이 1도 더 오르면 사망률이 15.9% 높아졌다. 이에 비해 폭염이 발생하지 않은 해에는 기온이 1도 높아져도 사망률이 0.31% 높아지는 데 그쳤다. 부산은 아예 폭염과 사망률에 이런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바람과 야간 기온 등의 여러 기후 여건을 고려할 때 부산보다 서울에서 열섬효과가 더 커 전체적인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에서 폭염이 사망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기는 1991~1995년이었다. 이 기간은 역대 최악의 무더위가 발생한 1994년이 포함돼 있다. 1994년의 전국 평균 폭염 발생일수는 무려 31.1일에 달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 등의 온열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뇌졸중 위험도를 높인다. 기온이 상승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수분이 소실돼 혈액순환에 더 심각한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국내 지역별로 뇌졸중 사망자가 최저 2.3%에서 최대 5.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의한 사망 위험을 줄이려면 폭염 관련 예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폭염이 주로 발생하는 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에 되도록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실내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바깥과의 온도 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상청의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각각 33도,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한다.
이원경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는 "고온과 사망의 관련성은 폭염 여부를 고려하지 않으면 잘못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처럼 내륙인지, 해안지역인지에 따라서도 폭염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보건정책 수립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도 연천, 하남, 이천, 여주 등 경기 4개 시·군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최고열지수(그 날의 최고기온에 습도를 고려해 계산한 값)가 32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