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올 상반기 조용하면서도 실익을 추구하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갔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자, 튀는 행동을 자제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에게 이번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사활을 걸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SK텔레콤이 중장기 사업 목표로 세운 ‘플랫폼사업자’로 체질 개선을 하는 데 첫 단추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경쟁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 강도 높게 인수·합병 저지에 나서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당초 올 상반기 내 공정거래위원회의 CJ헬로비전 합병 심사 보고서가 끝나고 인수합병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계속된 지연으로 CJ헬로비전 인수를 단언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합병 성사 여부가 장 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장 사장이 만약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실패할 경우 교체설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장 사장은 올 상반기 본격적인 플랫폼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3대 플랫폼 영역에서 중소기업, 벤처와 제휴를 통해 다양한 융복합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인 3월까지는 해외 행보에 적극적이었다. 장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6에서 파트너사 CEO들을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자고 제안하는 등 글로벌 협력을 진두지휘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 사장이 이번 MWC에서 거둔 성과는 도이치텔레콤, 페이스북과 체결한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장 사장은 행사 기간 중 형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면서 협상을 주도했다. 특히 도이치텔레콤과는 지난해 12월 첫 회동 이후 2개월 만에 구체적인 사업 방안을 담은 양해각서 체결까지 이뤄지는 속전속결 전법을 구사했다. 이는 장 사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