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 경영성과가 만족할 만한 CEO들은 발걸음이 가벼운 반면, 난제가 산적한 CEO들은 고민 깊은 휴가가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우리은행·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CEO들 중 휴가 일정이 확정된 곳은 없다.
대부분 내달 짧은 휴가를 다녀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은 2분기 실적발표가 있는 만큼 그 이후인 8월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금융권 CEO들은 대체로 회사 일정을 소화한 후 여유가 생기는 2~3일 정도로 계획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CEO들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다가 업무 과중으로 오래 자리를 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은행권 수익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하반기 대응전략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우선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무거운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한 다양한 변화를 꾀하면서도 민영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최근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었고 주가도 1만원대를 유지하는 등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브렉시트로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우리은행 지분투자에 긍정적이던 해외 투자자들이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민영화는 12월 임기가 끝나는 이 행장의 숙원이었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촉박하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회장 선임 연령 제한으로 후계자 선정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진원 신행은행 고문 등을 필두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어느정도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합병 문제를 놓고 노사간 대립이 이이지면서 휴가를 쓰지 못했다.
올해 전산통합으로 화학적 융합의 토대가 마련됐고, 야심작 하나멤버스도 5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만큼 휴식을 통해 하반기 계획을 구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2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고민 거리다.
KB금융의 윤종규 회장(국민은행장 겸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휴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실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연이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LIG손해보험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 현대증권을 인수해 사명 통일까지 완료했다.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윤종규 회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도 직원들에게 휴가는 부담없이 마음껏 쓰라며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사상 최대의 대손충당금을 예고한 만큼 발길이 무겁다.
농협금융은 이번 손실이 그간의 경영악화를 완전히 정리하는 차원이라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예상하고 있다.
임기 내내 무난한 실적을 올린 기업은행의 권선주 행장은 연말 임기가 끝나 향후 거취를 놓고 생각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CEO들을 공통적으로 괴롭히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공공 금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하고, 이를 민간 금융회사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반기 CEO들을 가장 괴롭히는 과제는 성과제 도입이 될 것”이라며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는 운영의 묘를 보여줘야 할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