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의 판매지역을 일방적으로 제한해 온 간장업계 1위 샘표식품이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샘표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샘표의 '대리점 영업지역 현황'을 보면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대리점별로 읍ㆍ면ㆍ동 단위까지 상세히 영업구역을 나눴다”면서 “회사가 한 것이 아니라 대리점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고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2009~2013년까지 회사가 매년 적발한 ‘남매(영업구역 외 거래처와 거래하는 행위)’만 100~150건에 이르고, 영업사원이 직접 나서 사건을 조사하고 불이익을 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브랜드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와 소상공인인 대리점을 보호하는 조치였다”는 샘표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샘표 등 3개사가 85%를 점유하고 있는 간장 시장에서 대리점 영업구역 제한으로 브랜드 경쟁을 촉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 거래할 대상을 선택할 권리를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형유통점들보다 협상력이 약한 대리점 조직을 공고히 해 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입지와 수익률을 유지하거나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간장 시장 1위 기업인 샘표는 2008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전국 96개 대리점과 139개 특약점에 11개 간장 제품을 팔면서 영업구역을 지정했다. 대리점에는 자신의 구역 내에 있는 거래처에만 제품을 팔게 했다. 특약점에는 대리점 영업 구역 안의 개인 슈퍼 등 소매점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샘표는 이 정책을 위반하는 행위를 ‘남매’로 규정하고 이를 어긴 대리점에 변상, 실적이관, 출고정지 등 불이익을 줬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샘표식품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7억6200만 원 부과했고, 샘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