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골목에서 자유로운 사진과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사진 축제가 열린다.
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과 서촌 일대에서 ‘서울루나포토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하루에도 수십억 장의 사진이 생겨나고 전파되는 시대 ‘격식없는 장소에서 친근하게 사진을 만난다’는 취지로 열린다. 전시장을 벗어나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서촌 골목 골목의 문화 공간에서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전시와 함께 영상 매체, 문화 행사를 통해 사진을 친밀하게 만나고 즐길 수 있다.
서촌 일대에 생활밀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온 ‘통의동 보안여관’, 사진의 저변 확장에 힘을 보태온 ‘사진위주 류가헌’, 문화 놀이터 ‘길담서원’, ‘부암동 문화공간 공간291’, 건축가가 운영하는 특색있는 한옥 레지던스 ‘사이드’ 등 7개 공간에서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아이덴티티(Identity·ID)’다. 현대사회에서 사진은 신분증(ID카드)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피해 갈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사람들은 좀 더 안전하고 기회가 많은 땅의 신분증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루나포토 페스티벌은 이번 주제를 통해 ‘이들 사진은 과연 얼마나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 참여하는 네덜란드의 한스 아이켈붐은 2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기록한 행인의 사진으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입는 옷이 사실은 유행을 대변하는 집단의 소비 형태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 김익현이 중형 카메라로 찍은 ‘불주사’ 자국은 결핵 예방이라는 취지 아래 특정 시대 우리 신체에 남겨진 상처이자 아이콘을 드러낸다. 스위스 사진가 얀 밍가드는 동물과 식물, 인간의 유전자와 데이터를 보존하는 유럽 20여 곳의 연구소를 방문해 종의 보존을 통해 지구상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과학 행위를 기록함으로써 다른 차원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전시 외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좀더 자유롭고 즐겁게 사진을 만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0일 오후 6시 30분부터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마당에서는 사진 전시 작품들을 포초필름의 형태로 음악공연과 함께 상영하는 ‘달과 사진의 밤’이 열린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 사운드 디자이너 정재호가 참여해 직접 사진을 해석하며 작곡한 음악 공연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서 포토필름으로 즐기는 사진은 또다른 즐거움과 영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또 참여 작가와의 만남, 서촌 투어,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