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0% 지분 매각을 앞둔 우리은행이 3분기 만에 작년 한 해 영업이익 이상을 벌어들이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민영화 성공을 위해 기업 가치 제고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몸값이 오르면서 본입찰 흥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일 “지난해부터 3분기까지는 적극적 영업을 통해 연간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고 남은 4분기에는 대손비용 등을 줄이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경영 전략을 펴고 있다”며 “이런 경영 전략이 이번 실적에서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으로 1조105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402억 원)보다 31.6%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1조754억 원)을 넘어섰다. 2년 연속 순익 1조 원 클럽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연초 세웠던 올해 순이익 1조2000억 원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뒷문 잠그기’를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높은 수익성의 근거인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7.5%(2549억 원) 급감한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SPP조선, 대선조선,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로 작년 말(1.47%)보다 0.42%포인트나 낮아졌다. SPPㆍ대선ㆍSTX조선 등 조선 3사를 제외하면 이 비율은 0.97%까지 떨어져 연내 0%대 진입이 가능하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이사는 “우리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은 1.87%로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으며 직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해도 0.02%포인트 올랐다”면서 “부실여신의 적극적인 축소 및 가산금리 적용을 통한 수익성 관리의 영향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 달 11일 본입찰을 앞두고 민영화와 실적 기대감에 단기간 크게 오른 주가는 부담이다. 종가기준 지분 매각 공고일인 지난 8월 24일 1만450원이던 우리은행 주가는 두 달가량 경과한 19일까지 20% 급등한 1만2550원이다. 예금보험공사가 팔게 될 지분 30%로 따져보면 약 4300억 원의 기업 가치가 제고된 셈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월 본입찰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과점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며 “최근 연기금 수급 개선 효과에 따라 주가가 급등한 점은 오히려 매각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어 정부가 매각가격보다는 매각물량에 더 주안점을 둘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는 정은보 부위원장 주재로 19일 오후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한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전달하는 한편, 이번 매각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