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지난달 30일 극비리에 귀국한 뒤, 다음 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파면 팔수록 최 씨의 비리와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는 상황인지라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렸죠.
하지만 그날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된 것은 진실을 위한 그녀의 목소리가 아닌 ‘최순실 구두’, ‘최순실 가방’, ‘최순실 곰탕’ 등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최 씨가 검찰청에 들어가면서 신발이 벗겨진 해프닝 탓이 컸습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고, 각종 언론은 이 구두가 어떤 제품이며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리기에 바빴습니다. 심지어 최 씨가 그동안 착용한 옷과 모자, 구두, 가방 등이 입길에 오르면서 해당 브랜드 업체들이 당혹스러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또 이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 씨가 곰탕 한 그릇을 비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최순실 곰탕’이라는 키워드가 온라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말이죠.
최 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국정농단 파문의 본질이 흐려질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정작 최 씨는 검찰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 개입은 물론,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모두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최순실이 프라다 구두를 신든, 그게 벗겨지든 관심 없음. 중요한 건 그가 어떻게 법을 어기고 검찰과 법이 그걸 어떻게 처벌하느냐지. ‘최순실이 여성이라서 사치와 허영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었다’ 같은 워딩이라면 논점 흐리니까 제발 그만해라.”(트위터 @drearmavita)
“최순실이 곰탕을 먹든 자장면을 먹든 국민은 관심 없다. 제발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기사를 써라!”(트위터 @ToBeDone404_Ho)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최순실 곰탕’ 올라와 있는 거 너무 웃김. 너무너무너무!”(트위터 @seoultra)
일부 언론에선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석해 저녁으로 곰탕을 먹었다는 소식에 서초동 곰탕집 손님이 평소보다 20~30% 늘어났다’는 보도를 내놓고, ‘최순실 구두’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빗댄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소문이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베일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고 감시해야 할 책무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일일 것입니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명언이 이렇게 참담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트위터 @adultchild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