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럼프 설득 못하면 무역주도권 중국에 내주게 돼…개인적 신뢰구축 초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회담했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를 만난 아베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유지와 미·일 동맹의 굳건한 위치 재확인 등 핵심 이슈를 안고 남다른 각오로 회담에 임했다고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TPP 탈퇴를 공언했던만큼 다른 TPP 참가국들도 아베가 트럼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회담을 지켜봤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의 회담에 앞서 “17일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체면을 버리고 판단하는 것이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전날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는 “각국이 국내 절차를 진행해 TPP 발효를 향한 결의를 다시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트럼프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면 무역질서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게 된다는 초조함을 갖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 아베는 중국 위협을 경계하는 트럼프의 입장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TPP와 별도의 다자간 무역협정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에 더 많은 방위 분담금을 요구하며 미군을 철수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트럼프에게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것도 아베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1시간 반가량 회담했다. 그는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솔직하고 오랜 대화를 나눴다”며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나의 생각을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또 스케쥴이 허용하면 다시 만나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믿을 수 있는 리더라는 점을 다시 확신했다. 아직 트럼프 취임 전이어서 회담이 비공식적으로 열렸다”며 “이에 회담 중 오고간 얘기를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트럼프와 직접 만나 회담했다는 것이 일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첫 회담이기 때문에 핵심 포인트는 서로간에 개인적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