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탁발전 TF 구성後 3차례 회의…금융위 “일임형 신탁 도입, 검토단계 아니다”
국내은행에도 사실상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은행에 투자일임 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따라서 은행은 증권사, 보험사와 달리 ISA 계좌가 아닌 일반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금융위 주도로 신탁발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일임형 신탁’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임형 신탁이란 수익배분과 자산운용에 관한 수탁자의 재량이 폭넓게 허용된 신탁을 말한다.
TF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여 기간 동안 3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병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TF팀장을 맡아 금융위 자산운용과와 은행과가 협업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신탁발전 TF는 신탁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 등 해외의 일임형 신탁제 운영 사례도 수집 중이다”면서 “일임형 신탁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은 규제개혁 차원에서 불특정금전신탁·집합투자재산 운용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불특정금전신탁은 금융회사가 여러 고객의 돈을 모아 직접 운용해 수익을 돌려주는 형태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2004년 시행되면서 폐지됐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일임형 신탁 도입에 ‘소극적’이다. 펀드의 경우 실제 불특정금전신탁처럼 운용되는 상품인데다 집합투자재산 운용업무도 허용된 상황이라 제도 도입의 실익이 낮다는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은행업에 유리한 신탁제도 개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다만 일임형 신탁이 고객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 운용에 강점인 은행 출시 상품과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상품으로 구분되면서 전체 신탁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신탁은 일임형이 아예 금지돼있다. 위임 금지 규정 때문이다. 일임형 신탁을 도입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다.
일임형 신탁이 도입돼 은행이 불특정금전신탁 및 집합투자재산 운용이 가능해질 경우 2018년부터 개인연금법 제정안에 따라 연금저축신탁 판매가 제한되는 데 대한 대체상품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인연금법·시행령 울타리 안에서 은행권이 개인연금신탁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는 업권 간 이해충돌을 염려해 전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 금융권 협회의 신탁발전 TF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