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혁신과 안전성 모두 갖춘 제품 발표할 것”
“결론적으로 ‘갤럭시노트7’ 소손의 원인은 배터리에 있었습니다. 혁신적인 갤럭시노트7을 만들기 위해 배터리 사양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으나, 배터리 설계 및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3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배터리 자체의 결함 때문”이라고 최종 결론을 지으며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제품의 혁신에 앞서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품질과 안전을 동시에 갖춘 ‘갤럭시S8’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미디어 컨퍼런스에 등장했다. 작년 8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발표 행사 당시처럼 노타이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고 사장이 “고객 여러분들과 통신 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자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거대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원인 불명의 발화에 따라 제품을 단종한 뒤 최종적으로 원인을 규명하는 자리인 이번 간담회에는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외 언론인 3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취재 열기를 내뿜었다.
삼성전자 역시 쏟아지는 관심 속에 이례적으로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갤럭시노트7 사태의 마지막 매듭을 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장에서 발생한 소손 현상의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총 700여 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해 20만 대 이상의 완제품과 3만 대 이상의 배터리에 대해 각각 충방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시장에서 제기한 각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고속 충전의 영향 실험 △방수 기능으로 인한 영향 실험 △홍채 기능의 영향 실험 △홍채 인식 시 사용되는 전류량에 따른 변화 △USB타입C의 영향 실험 등을 진행했다.
고 사장은 “테스트 결과 완제품과 배터리에서 비슷한 비율로 소손 현상이 재현됐다”며 “문제가 발생한 배터리 정밀 분석 결과 A배터리와 2차 리콜 시 채택한 B배터리에서 서로 다른 현상으로 소손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배터리는 삼성SDI에서, B배터리는 중국 ATL에서 각각 공급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A배터리는 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키며 소손을 유발했으며, B배터리의 분석 결과 비정상 융착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의 조합이 배터리 내부에서 단락을 발생시킨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고 사장은 배터리 외에 다른 공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 사장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 물류, 보관 등 전 공정을 모두 다시 점검했다”며 “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의 검증, 제조, 물류 등 모든 프로세스 측면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 진행했으나 특이점이나 소손과의 연관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규명을 의뢰한 UL, 엑스포넌트(Exponent), TUV 라인란드 등 해외 전문기관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했다.
고 사장은 향후 갤럭시노트7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소손 원인을 개선하고 배터리 관련 안전성 검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 개발, 품질 등 모든 프로세스를 기존보다 더욱 강화하는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경영 전반에 걸쳐 품질 최우선의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8 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와 다중 안전장치’ 도입 등 배터리 안전성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고 사장은 이를 갤럭시S8부터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배운 교훈을 갤럭시S8에 전부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할 의무는 의미 있는 혁신과 소비자가 기뻐할 수 있는 갤럭시S8으로 찾아가는 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모든 임직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 규명 기간 동안 많은 교훈을 얻었으며, 향후 겸손한 자세로 사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개월 넘게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저도 임원들과 개발자들과 일했다”며 “탐색적으로 하나씩 접근해 나가며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다음부터 ‘배터리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원인 규명을 한 3~4개월이 짧다면 짧고, 나름 긴 시간이기도 했다”며 “우리가 혹시 모르고 부족한 것이 없는지 늘 겸손하고 듣는자세로 전문가와 같이 일하고, 제3자 평가기관과도 차기 제품, 미래 제품을 같이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