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부터 손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이어져 왔던 56년간의 기나긴 인연이 오늘 마무리됐다.
10일 오후 에스원을 마지막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가입된 삼성 계열사 15곳, 모두가 전경련을 탈퇴했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전경련에 탈퇴원을 제출하며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한 지 닷새 만이다.
삼성과 전경련의 역사는 전경련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이병철 초대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1961년 설립한 '한국경제인협의회'가 전경련의 전신이었던 것. 이후 삼성은 재계 맏형으로써 전경련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병철 초대 회장에 이어 전경련 회장직을 수차례 제안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 수행을 거절했으나 1987년부터 약 30년간 전경련 부회장 자리를 맡아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에도 삼성은 최근까지 기업 회비 4분의 1 이상을 부담하는 등 전경련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삼성과 전경련의 인연도 결국 끝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더 이상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삼성의 탈퇴로 전경련은 와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삼성이 회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왔던 만큼 당장 예산 확보가 문제인 상황이다. 또 삼성 탈퇴 이후 이어질 기업들의 연쇄 탈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삼성보다 먼저 탈퇴를 의사를 밝힌 LG를 비롯해 4대 그룹 모두가 탈퇴 의사를 밝힌 상황이며, 이밖의 회원사 다수도 탈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경련은 이달 말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과 쇄신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