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3개 중국기업, 국내 상장 추진 중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 한창인 가운데, 되레 한국 자본시장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중국 기업들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서 쫒겨 나갈 처지지만, 중국 기업들은 반대로 한국 입성을 추진하는 셈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 추진 중인 중국기업은 차이나코리아친환경그룹, 그린바이오소스, 산둥티엔타이, 경방차업, 윈챈스솔라홀딩스 등 무려 13곳에 달한다. 현재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 수가 총 15개(코스피 1곳ㆍ코스닥 14곳)임을 감안하면, 올 한 해만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몰리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몰려드는 것은 △상장 시간 단축 △국내 기업과 인수ㆍ합병(M&A) 통한 시너지 △기업가치 상승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 가장 많은 중국기업 상장 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 IPO팀 관계자는 “중국에서 상장하려면 최소 4~5년 이상 걸리는 실정으로, 현재 현지 상장 대기 기업 수가 수백 개에 달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 해외 상장 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좋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 중국 기업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기업들은 비교적 선진화 된 국내 자본시장에서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얻을 수 있으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이 용이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국내 상장을 위한 본 심사기간이 65영업일, 3달 가량 걸린다. 본심사 전 사전협의 과정도 최소 1달 이상 별도로 거치게 돼 심사기간만 4달 가량 소요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기업 심사기간보다 두 배 가량 긴 기간이지만 중국 현지 상황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국내 기업들에게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한 상장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직수출이 사드 때문에 어려워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상장한 중국 기업들과의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면 사드 여파와 상관없이 수출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메인이 중국 기업이 돼야 사드 여파 없이 현지법인을 통해 진출이 용이해진다”면서 “북경 법인을 세운 현대자동차(메인)의 경우 한한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이 향후 사드 여파로 중국 중심의 합작법인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